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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아시아나 미스터리 … 조종사 부인 “빚 15억은 사실무근”

중앙일보 2011.10.18 03: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제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 조종사 최상기(52)씨의 가족이 사고 발생 80여 일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7월 28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가던 화물기는 기체에 화재가 발생해 제주 방향으로 긴급 회항하던 중 추락했다. 사고 직후 기장 최씨의 30억원대 보험 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으나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인양되지 않아 현재까지 정확한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씨의 부인 성숙희(48)씨와 자녀 두 명은 17일 아시아나 본사가 있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근처에서 본지와 1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성씨는 “남편이 30억원대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 추락했다는 등의 의혹은 말도 안 된다”며 “남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어 고민하다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화물기 사고 80여 일 만에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

 -사고 후 80여 일 동안 어떻게 지냈나.



 “충남 아산의 아파트에서 사고 당일 올라왔다. 집에 내려가고 싶어도 마음이 편치 않아 회사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 셋이 묵고 있다.”



 -남편이 올해 4월 이후 30억원대의 보험에 가입한 것은 사실인가.



 “7개의 보험을 새로 든 것은 맞다. 네 개는 남편의 친구 아들 부탁으로 6월쯤 가입했다. 보험사가 그때 결산 시기라 실적을 내야 한다고 해 들어줬다. 또 한 개는 우리 부부가 10년 이상 알고 지낸 동생의 부탁 때문이었다. 나머지 두 개는 사고 전까지 몰랐었는데 남편이 회사에 상주하는 보험 아주머니한테 가입했더라.”



 -그래도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보험을 들었다. 그 이유가 뭔가.



 “올해 3월 서울 염창동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아산으로 이사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지인들의 보험 가입 부탁) 요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조종사들도 보험을 많이 든다고 한다.”



 -빚이 15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 지금 남아있는 빚은 1억6000만원이 전부다. 은행에 1억3000만원, 저축은행에 3000만원 정도 남아 있다. 원금과 이자로 월 350만원씩 갚았다. 딸은 대학을 졸업했고 아들 대학 등록금은 전액 지원된다. 남편 (세후)월급이 800만~950만원 정도였다. 원래 내던 보험료 100만원에 새로 가입한 보험료로 130만원 정도가 더 나갔다. 보험료와 이자를 내도 한 달 생활비가 300만원 이상 돼 큰 어려움이 없었다.”



 -빚에 쪼들려 아산으로 이사 간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얼굴이 굳어지며)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근거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남편이 은퇴하면 서울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했다. 아들도 대학을 인근으로 다닌다. 그래서 아산으로 갔다. KTX가 있어 출퇴근도 어렵지 않다. 남편은 휴무 때 집(아산)에서 쉬다가 운항 스케줄이 있을 때는 서울 친가에 올라와 자고 아침에 인천공항으로 출근했다.”



 최씨와 부기장은 현재 시신이 수습되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실종 상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종사의 사망 여부가 결정돼야 항공사 측과 유가족은 보상금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항공사 측이 사고 수습을 서두르고 있나.



 “회사에서 우리 가족들에게 잘 대해 줬다. 처음에 회사의 배려로 호텔에 머물렀다. 그런데 9월 중순쯤부터 회사에서 인정사망을 수용하라고 했다. 우린 남편의 명예를 생각해서 사고 원인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정사망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남편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서다. 사고 당시부터 보험 때문에 고의 추락 의혹 등이 불거졌다. 남편의 사망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상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 사고 원인 등이 결정될 때 불리하게 작용할까 걱정돼서다. 남편은 가정에서 자상한 아버지였다.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지킨 아빠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가족들에게 인정사망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정훈 기자



◆인정사망(認定死亡)=수해나 화재 등의 재난으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찾지 못할 경우 관공서가 인정하면 사망으로 다루어진다. 가족관계에는 사망으로 등재되나 민법에는 규정이 없어 손해배상이나 보상금 등을 결정할 때 당사자 간 다툼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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