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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낙천·낙선운동 네거티브 … 부메랑 맞는 박원순

중앙일보 2011.10.18 00:57 종합 3면 지면보기
2000년 낙선운동 상임집행위원장 박원순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가 2000년 4·13 총선이 끝난 직후인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 후보는 당시 총선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낙선운동 및 낙천운동을 주도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 후보, 최열·지은희 당시 총선시민연대 공동 대표. [중앙포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네거티브 선거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의 잇단 검증 공세가 다른 선거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던 박 후보도 급기야 “역사상 가장 추악한 네거티브 선거”라고 반발하면서 강경대응을 다짐하고 나섰다.

“일절 대응 않겠다”서 입장 변화 왜



 박 후보 측 입장이 바뀐 건 판세가 압도적 우세에서 박빙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선거 초반만 해도 나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9월 17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박·나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8.8%포인트(박 후보 45.8% 대 나 후보 37.0%)였다. 이후 박 후보에 대한 여권의 검증 공세가 시작되자 한 달 만인 지난 15일 조사에선 두 후보의 차이가 1%포인트(박 후보 40.8%, 나 후보 39.8%)밖에 나지 않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된 거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17일 “네거티브의 위력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 후보의 맹추격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네거티브가 먹힌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를 소극적으로 지지했던 중도파 일부가 이탈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도덕성’에서 비교우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시민후보’가 허위학력, 대기업 기부금, 강남 60평 아파트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상당수의 중도파·무당파 유권자가 실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사철 의원
 동서리서치 김미현 소장은 “박 후보가 여러 의혹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한 태도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며 “정면승부를 통해 논란을 초기에 잠재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장인의 좌익 활동 논란이 제기되자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종식시켰던 걸 본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 측은 그간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해 “정치혐오를 키워 투표율만 떨어뜨린다”며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네거티브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다. 미국의 선거전문가인 존슨 카티와 코프랜드(Johnson Cartee & Copeland)에 따르면 “절대 다수의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정보에 불편해 하면서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한다. 유권자가 그런 정보를 자주 접할수록 선거쟁점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 때 이런 네거티브의 속성을 이용해 재미를 봤고, 영향력도 키웠다. 당시 ‘참여연대’를 이끌던 그가 주도한 ‘낙천·낙선운동’은 그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나라당 후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전형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었다. 전국 4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총선시민연대’는 그들이 만든 잣대로 후보들의 적격·부적격 여부를 가렸다. 그리고 그들이 찍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공천반대, 낙선운동을 전개했다. 박 후보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총선시민연대’가 그해 4월 3일 발표한 낙선 대상자는 86명이었다. 당시 정치권은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반발했지만 ‘총선시민연대’는 끝까지 낙선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타깃으로 삼은 86명 중 59명(68.5%)이 선거에서 떨어졌다.



 박 후보는 낙천·낙선 운동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으며 2004년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공안검사 전력’을 이유로 낙선 대상에 올랐다가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당연한 검증작업에 대해 네거티브 선거라고 반발하는 박 후보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며 “자신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2000년 낙천·낙선 운동은 헌정 질서 파괴나 부패 등 객관적으로 확실한 문제가 드러난 인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이념적 평가는 배제했다. 박 후보에 대한 지금의 근거 없는 흑색 선전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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