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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병원 정보에 목마른 환자들

중앙일보 2011.10.18 00:45 종합 37면 지면보기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득 수준 증대와 생활 수준의 향상, 인구 고령화 등으로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교육수준이 올라가고 인터넷이 발달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의 의료 지식 수준이 엄청 높아지고 있다. 가족이 병에 걸리면 명의(名醫)나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구할 데가 별로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개한 일부 정보가 있지만 매우 미흡하다. 한 방송에서 명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단편적이다. 병원과 의사의 실력을 평가하는 일은 심평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질병관리본부 등의 여러 기관이 관련되어 있다. 심평원이 몇 가지 수술 건수가 기준에 맞는지, 항생제를 적절하게 쓰는지 등을 평가해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 중앙일보가 종합평가를 시도했다. 또 암 수술 실적 자료를 분석한 정보를 거의 매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시도 역시 환자의 정보 욕구를 다 채우지는 못한다.



 의료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는 이런 것들이다. 질병의 발병 위험요인이 뭔지,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이 어떤지, 치료의 결과는 어떤지 등이다. 이 중 가장 궁금한 정보가 치료 결과다. 장애가 생기는지, 사망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한다. 정확한 사망률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중한 정도를 따져야 한다. 환자들을 추적 조사해야 하고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한 기초 통계자료를 모아서 분석해야 정확한 사망률 자료가 나온다. 아직 이 같은 기초 통계자료가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의 질 평가 결과가 이른 시일 내에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헤매지 않고 진료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지방 병원이나 크지 않은 병원들도 잘하는 데가 많다. 이런 정보가 없으니 무조건 수도권의 큰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이다. 진료 정보가 공개되면 국내 의료수요자들뿐 아니라 해외 환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 또 ‘위험한 병원들’을 걸러낼 수 있다. 중앙일보 병원 평가를 보면 1년에 암 수술을 한두 건 하는 데가 매우 많다. 이런 병원 명단이 정확히 공개돼야 환자들이 선택하지 않는다.



 이런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심평원 등 관련 기관의 협동 연구가 필수적이다. 핵심은 심평원이다. 하지만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가 기준에 맞는지를 심사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환자들한테 절실한 진료의 질 평가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다. 공개할 수 있는 정보도 병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제공하지 않는다. 게다가 심평원이 평가한 진료 정보를 찾아보기가 너무 힘들게 돼 있다. 홈페이지의 병원평가결과 코너에 들어가면 미로(迷路)를 헤매다 중단하기 일쑤다. 심지어 병원들도 자기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심평원 혼자서 발병위험요인이나 치료서비스 과정 평가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관련 기관들이 적절히 분담해야 한다. 지금은 역할 분담은커녕 서로 소 닭 보듯 한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보건복지부가 맡아야 한다. 의료의 질 평가 체계, 대상 질병, 평가 방법 등 전반적인 로드맵을 작성할 책임이 있다. 한국의료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실력 평가, 특히 의사별 실력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의료 소비자의 권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복지부는 진료의 질 평가에는 아직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미국은 보건부 산하에 ‘보건의료 연구 및 질에 대한 기구(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를 두고 정기적으로 병원 평가 정보를 제공한다. 올해 예산이 6000억원이 넘는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관련 예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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