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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참을 수 없는 국방부·보훈처 관료주의

중앙일보 2011.10.18 00:39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수정
외교안보부문 차장
“현역 군인들이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다들 ‘내 자식이 그런 통보를 받는 모습이 떠오르더라’고 얘기합니다. 관료주의, 탁상 행정이 빚어낸 전형적 사고 아닙니까.” 김모(47) 육군 중령의 얘기다.


6·25 전사자 보상금 5000원
문제 알고도 소관 타령만
군인들 “군 가족까지 조롱”

국가보훈처가 지난 4월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 김모(63·여)씨에게 보상금으로 5000원을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는 본지 보도가 나온 후 현역 군인들은 “국방부와 보훈처 관료들의 책임 떠넘기기로 군인들은 물론 군 가족까지 조롱거리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보훈처는 6·25 전사자 보상을 규정한 ‘군인사망보상금 규정’(대통령령·1974년 6월 폐지)을 근거로 유족에게 5000원 지급을 통보했다. 당시 보상금 5만환을 현재 화폐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본지 10월 17일자 18면.
 ‘소관 타령’을 하다 문제를 불러일으킨 국방부와 보훈처의 입장과 해명은 이날도 달랐다. 국방부(장관 김관진)와 보훈처(처장 박승춘) 간 벽은 너무 높았다. 보훈처 측은 “우리가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군인연금법 제10조 제1항을 들었다. ‘본인 사망 시 보상금은 각군 참모총장이 결정하고, 지급은 국가보훈처장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지난 1월 법제처로부터 국방부 장관 결정 사항이란 해석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입장은 전혀 달랐다. 당국자는 “군인연금법은 일반법이다. 개정하려면 사학연금법, 공무원연금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보훈처에 개정은 어려우니 법원 판결 취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을 고려한 보상을 하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옛 ‘군인사망보상금 규정’에 따라 지급해야 할 사망 급여금(5만환)에 물가 상승률, 쌀과 금의 가치를 따진 평균값 207만원에 법정 이자까지 산정해 지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냈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브리핑도 취소했다.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라”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결 방안을 갖고 브리핑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지만, 두 조직 간 이견이 노출될 것을 걱정한 이유가 더 커 보인다. 국방부는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모토로 6·25 격전지를 찾아다니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조만간 6·25 전사자 보상에 관한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5000원 보상금’ 통보가 국민에게 준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어떤 경우에도 전사군인들에 대한 예우·보상에 ‘사각지대’가 있어선 안된다. 이것이 조국을 지키는 길이다.



김수정 외교안보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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