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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줄고 투자는 늘어 … 대기업 돈줄이 말라간다

중앙일보 2011.10.18 00:35 경제 4면 지면보기
국내 대표 기업의 현금 사정이 빠듯해지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예측치를 내놓은 83개 대형 상장사의 올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간 현금흐름 시장평균(컨센서스)이 14일 현재 121조597억원으로 7월 말보다 6.6% 감소했다. 현금흐름 전망치 산정에는 상반기 실적이 반영됐다.


곳간 비는 기업들
돈 구하기 비상

 현금흐름 전망치가 감소한 것은 주로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활동 현금흐름’ 전망치가 17.9%나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4일 현재 현금흐름이 7월 말보다 나빠진 기업이 10곳 중 8곳(77%)이었다. 현금흐름이 10% 이상 감소한 곳도 27%에 달했다.



 기업별 현금흐름으로는 한진해운이 같은 기간 971억원에서 -2441억원으로 나빠졌다. 한진중공업도 1029억원에서 209억원으로 79.7% 줄었다. LG 계열도 감소 폭이 컸다. LG디스플레이는 20.3%, LG전자는 16.4% 각각 축소됐다.



 하이닉스(-20.1%), 두산중공업(-17.8%), 현대미포조선(-14.1%), 한라건설(-12.7%), 포스코(-10.4%) 등도 현금흐름 전망치가 나빠졌다. 현대상선의 현금흐름은 -629억원에서 -2004억원으로 더욱 악화했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금흐름 전망치는 7월 말보다 27.2% 줄어든 25조6889억원이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현금 부족으로 투자를 하지 못하는 대기업이라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중국은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한국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합한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도 42.3% 급감했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적자)인 기업이 4곳 중 1곳이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뺀 것이다. 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외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기업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뜻이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인 기업은 한국전력(-5조2341억원), 한진해운(-7490억원), LG전자(-5649억원), 대우인터내셔널(-4967억원), 삼성물산(-2342억원), CJ제일제당(-1525억원) 등이다. 7월 말 이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로 전환한 기업도 LG디스플레이·CJ제일제당·CJ E&M·현대상선·삼성물산·한국가스공사·서울반도체·한화·LG산전 등 12곳에 달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줄었는 데 반해 투자활동은 늘어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지자 대기업들은 ‘돈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회사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는가 하면 단기 차입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0조9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조1777억원)보다 18% 증가했다. 주요 그룹 가운데 LG그룹은 3분기에 1조800억원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한진그룹은 8000억원, 포스코그룹이 7700억원을 각각 발행했다.



 주로 대기업이 단기 차입을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도 급증하고 있다. 13일 현재 증권사를 통한 기업의 CP 발행 잔액은 63조7489억원이다. 지난해 말(47조843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번 주 회사채 발행 규모가 3주 만에 다시 2조원대를 넘었다”며 “만기 도래 채권 상환 수요뿐 아니라 저금리 여건을 활용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현금흐름=현금흐름(순유입액=유출액-유입액)은 영업·투자·재무활동(차입 등) 등을 통해 기업에 들어온 현금에서 나간 현금을 뺀 것이다. 기업의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부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재는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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