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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등에 타려는 오바마 …‘1%’ 돈 몰리는 롬니

중앙일보 2011.10.18 00:34 종합 16면 지면보기
오바마(左), 롬니(右)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반(反)월가 시위’가 2012년 미국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던지며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밋 롬니(Mitt Romney)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당 지도자들은 지난주 시위대를 가리켜 반자본주의자들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월가 시위’ 내년 미국 대선 핵심 이슈로 떠올라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정치권)이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99%에 해당하는 미국인들의 요구가 충분히 표출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17일부터 사흘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를 버스투어 한다. 오바마는 지난주 의회에서 4470억 달러(약 5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이 부결되자 공화당 측에 압력을 넣기 위해 버스투어 계획을 잡았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 포스트 등은 공화당이 백만장자나 ‘1% 부자들’을 옹호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게 오바마 측의 주요 선거 전략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기념관 헌정식에 참석해 ‘반월가 시위’와 관련, “킹 목사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악마시하지는 않지만, 실업자들이 월스트리트의 남용에 저항하는 것은 옳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시위는 미국 보통사람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며 “킹 목사가 살았던 시기에 맞닥뜨렸던 빈곤, 경제적 불평등, 저항, 냉소주의 등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라고 강조했다.



 월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은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원동력이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로선 이들의 도움이 다시 절실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2008년 대선 때만 해도 월가는 오바마의 돈줄이었다. 그런데 올 들어 오바마가 월가로부터 모금한 선거자금은 27만 달러에 그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화당 선두주자인 롬니 전 주지사는 오바마의 5.5배에 달하는 150만 달러를 월가에서 거둬들였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오바마에 대한 월가의 태도가 냉랭해진 건 집권 초 오바마가 월가 경영진을 ‘살찐 고양이’라고 몰아세우면서다.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금융회사 경영진이 천문학적인 ‘보너스 잔치’를 벌이자 오바마 정부가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말 이후 한때 오바마가 친기업 행보를 보이면서 소원했던 월가와의 관계가 개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반월가 시위가 불거지면서 다시 나빠졌다.



 반면 롬니는 ‘베인캐피털’이라는 사모투자회사를 경영한 기업인 출신이다. 그동안 침체에 허덕이는 경제를 살릴 적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하면서 친(親)월가 행보를 보여 왔다. 롬니는 지난주에는 “시위대가 계급투쟁을 벌이면서 미국을 갈라놓고 있다”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워싱턴=박승희,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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