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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사퇴 합의 없어도 대가 주면 유죄” … 곽노현 재판부, 첫 재판서 법 해석

중앙일보 2011.10.18 00:34 종합 18면 지면보기
곽노현(左), 박명기(右)
서울시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곽노현(57) 교육감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가 처음으로 이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곽 교육감 등에 대한 첫 재판에서다.


입 연 박명기 교수
“곽노현, 합의 아는 줄 알았다
사기꾼에 당했다는 생각 들어”

 박 교수는 “지난해 5월 단일화 합의 당시 우리 측 협상 담당자로부터 ‘곽 교육감도 (선거비용 보전) 합의에 대해 알고 있다’고 보고받았다”며 “그때 (곽 교육감과) 합의 내용이 충분히 공유된 줄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선 이후 정책·인사 협의, 선거비 일부 보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곽 교육감을 찾아갔더니 ‘나는 모른다’고 하더라”며 “당시는 모른다고 서로 떠넘기는 집단 사기꾼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곽 교육감을 보면서 “그땐 곽 교육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원망도 했지만 나 때문에 교육감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곽 교육감은 지난해 5월 단일화 합의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고 2억원은 단일화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피고인 모두진술에서 “꼬리 자르기나 잡아떼기처럼 보일까 봐 내키지 않지만 저는 정말 (합의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어떻게 2억이라는 거금이 선의의 부조가 될 수 있느냐는 상식적 추단의 함정이 깊지만 나는 보다 높은 도덕률을 실천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형두 재판장이 공직선거법 230조1항2호(후보자 사퇴 뒤 매수 조항)에 대한 일반적인 법 해석을 직접 자료와 함께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재판장은 “곽 교육감 측 변호인 등이 이 법 조항에 대해 ‘사전에 합의가 없었다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데, 법학 교과서는 달리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등 국내 법학서 3권 등을 제시하며 “사전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로 재산상의 이익 등을 제공한 경우는 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공통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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