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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청바지 어떻게 입을까

중앙일보 2011.10.18 00:21
부츠커트의 유행이 돌아왔다. 이번 시즌 부츠커트 진은 허벅지는 달라붙고 무릎부터 넓어지는 스타일로 각선미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락리바이벌 부츠커트 진.



플레어 진 - 적당히 넓혀볼까
스키니 진 - 딱 맞게 좁혀볼까

젊음과 자유의 ‘블루진’



 청바지는 젊음을 상징한다. 1950년대 제임스딘이 입었을 때도 그랬고, 2011년 2PM 같은 아이돌 스타가 입는 청바지 역시 젊음과 청춘, 자유를 표방한다. 트렌드가 가장 빨리 변한다는 패션계에서 청바지가 한 세기 넘게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청바지가 가진 ‘따라 올 수 없는 여러 미덕’ 덕분이다.



 파라수코 마케팅실 황혜영 실장은 청바지의 장점으로 우선 “푸른 계열이 주는 안정적인 느낌 때문에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을 꼽는다. 여기에 다양한 스타일에 무난히 어울리면서 실용적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세련된 패션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기까지 하다.



 청바지는 원래 작업용으로 만든 옷이었다. 1873년 리바이스의 창시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노동자들을 위해 잘 헤지지 않고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바지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청바지의 시작이다. 작업복으로 나온 바지가 점점 인기를 끌며 평상시에도 입는 캐주얼 옷이 됐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변화하며 지금의 청바지가 된 것이다.



 여성을 위한 청바지가 나온 것은 1943년이다. 역시 리바이스에서 처음으로 레이디 진을 선보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남동생이나 남자친구의 청바지를 빌려 입는 것이 고작 이었다. ‘작업복=남성의 옷’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여성이 입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었다.



 처음 나온 레이디 진은 당시 남자들이 입던 청바지와 비슷한 형태였다. 단지 사이즈만 작게 만들어졌다. 오늘날 남자친구의 바지를 빌려 입은 것처럼 넉넉하다 해서 ‘보이프렌드진’으로 불리는 청바지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청바지가 여성의 몸에 맞게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것은 1960년대다.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진처럼 통이 좁고 몸에 달라붙는 스트레이트(일자) 청바지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페미니즘과 히피 문화가 팽배하던 때로, 엉덩이와 허벅지 같은 여성의 곡선을 드러낸 청바지는 남녀평등의 표현으로 인식돼 10대 여성 사이에서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재도 변화했다. 이전의 청바지는 뻣뻣한 느낌이 드는 샐비지 원단이 주로 쓰인 반면에, 스트레이트 진에는 몸에 달라붙으면서도 편안히 입을 수 있도록 신축성이 있는 스트레치 소재가 섞였다. 샐비지는 튼튼하고 질겨 작업복 청바지를 만드는데 쓰인 원단이다.



 1970~80년대는 청바지의 형태가 더 다양해졌다. 1970년대는 통기타와 포크송 문화, 그리고 미국 서부 개척시대 카우보이의 복장을 흉내 낸 웨스턴스타일의 영향을 받았다. 다양한 워싱을 하고 화려한 패치들을 붙인 화려한 부츠커트 청바지가 도심을 휩쓸고 다녔다. 부츠커트는 무릎 아래부터 바지의 폭이 넓어지는 모양으로 웨스턴 부츠를 신기 편하게 바지폭을 넓힌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플레어 진이라고도 불리는데, 최근엔 바지폭이 넓은 것은 플레어 진, 무릎 아래로 살짝 넓어지는 정도는 부츠커트, 혹은 세미 부츠커트라고 표현한다.



 록앤롤이 유행한 1980년대는 허리는 가늘게, 어깨는 크게 강조한 실루엣이 거리를 장악했다. 허리선이 높고 발목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스키니 진이 대세였다. 또 유니섹스스타일의 인기로 바지 끝단을 접어 입는 롤업스타일의 보이프렌드 진도 등장했다.



 1990년대는 로 라이즈(밑위 길이가 짧은 바지)의 시대였다. “로 라이즈는 원래 브라질 여성을 위해 한정 개발한 제품이었다”는 것이 리바이스 마케팅 이승복 과장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브라질 여성들은 골반과 엉덩이가 크고 허리는 잘록한 S라인 몸매가 많다”며 “브라질 여성 체형에 맞게 제작된 로라이즈 진이 미국과 유럽에서까지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청바지 라인은 역시 부츠커트가 대세였는데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바지 길이는 길게 입었다. 당연히 부츠커트 진을 입을 때는 굽이 높은 하이힐이 필수였다.



 스키니 진이 다시 인기를 끈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허리부터 발목까지 밀착되는 라인이 특징이다. 마치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입은 것처럼 다리에 달라붙는 바지를 선호하면서 스키니 진과 레깅스가 합쳐진 ‘재깅스’가 등장했다.



디테일 늘어난 스키니 진, 돌아온 부츠커트 진



 스키니 진의 강세는 올해도 이어진다. 비고스 진 김숙진 대표는 “한국 여성들은 대체로 하체가 날씬해 스키니 진을 무난히 받아들인 편”이라며 “스키니 진은 지금도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 쉽게 유행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키니 진과 더불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다시 돌아 온 부츠커트 진’이다. 락리바이벌 홍보실의 정혜석 실장은 “복고를 기반으로 컬러풀한 청바지와 폭이 넓은 부츠커트 진이 유행”이라며 “예전과 달리 허벅지는 딱 달라붙으면서 무릎부터 확 넓어지는 스타일로 각선미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세계적인 추세는 스키니 진보다 바지폭이 넓은 플레어 진”이라는 것이 트루릴리전 마케팅팀 김연빈 차장의 말이다. “다만 한국인의 체형상 자칫 뚱뚱해 보일 수 있는 부츠커트보다 스타일링이 보다 쉬운 스키니 진이 강세”라는 김 차장은 “국내에서는 폭이 넓고 과장된 부츠커트보다 적당히 벌어지는 세미부츠커트가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바지의 디테일도 많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허리 뒷부분의 가죽 패치나 로고의 위치 같은 디테일을 통해 브랜드의 특징을 알렸으나 최근에는 청바지의 필수 요소로 간주되던 구리 리벳(청바지 이음새를 단단히 고정하는 금속 장식)과 가죽 패치, 그리고 스티치조차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몸의 라인을 보여주는 핏은 강화됐다. “입체 패턴을 활용해, 몸에 맞춘 듯한 라인을 보여주거나 힙 업 효과를 주는 청바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파라수코 황 실장의 설명이다.



 스티치만으로 엉덩이의 굴곡을 표현한 바지도 있다. 보통 청바지 색이 진하다면 옆선과 밑단의 스티치는 오렌지·화이트 같은 밝은 색으로, 옅은 색의 청바지에는 블루나 블랙 같은짙은 색으로 바느질한다. 워싱은 레트로 열풍에 어울리게 밝고 청아한 색깔이 두드러진다.



 디테일이 늘어난 유일한 바지는 스키니 진이다. “인기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시즌이 지날수록 과감해진다”는 것이 트루릴리전 김 차장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프린트나 뒷주머니 장식이 늘고, 스터드(징)나 큐빅을 장식하는 식으로 디테일이 늘고 있다”며 “허리 라인이 높은 하이웨이스트 스키니 진도 과감하게 소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청바지 골라 입기 실전



 스키니와 플레어 진이 대세지만, 둘 중 꼭 하나를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끝단을 접어 롤업한 보이프렌드 진이나 실루엣이 일자로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진, 세미 부츠커트 진처럼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시대다. “유행보다 내 몸에 맞는 핏의 청바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트루릴리전 김차장의 조언이다. 또 청바지를 입을 때는 꼭 짜인 듯한 완벽한 차림보다 의외의 옷을 믹스매치 하거나,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좀 더 섹시해 보인다. 각 청바지의 특징과 형태마다 어떻게 입으면 좋을지를 알아봤다.

(왼쪽부터) 비고스 진의 스키니 진, 리바이스의 부츠커트 진, 유니클로 UJ의 스트레이트 진


스키니 진 - 체구가 작고 다리가 길지 않다면



 복고 트렌드의 부츠커트 진이 유행을 하고 있지만, 하체가 길지 않은 여성에게 부츠커트나 플레어 진은 소화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이때는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이는 스키니 진이 낫다. 다리에 꼭 붙는 디자인의 청바지는 넉넉하고 여유 있는 상의와 매치하면 잘 어울린다. 상하의가 비대칭을 이뤄 한층 시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넉넉한 옷만큼이나 딱 맞는 상의도 잘 어울리는 게 스키니 진의 매력이다. 허리 위로 올라오는 짧은 가죽재킷과 입어 펑키한 느낌을 강조해도 좋다. 어두운 색의 외투를 같이 입을 경우 색깔이 화사한 컬러 진을 입어 스타일 포인트를 주면 좋다.



부츠커트 진 - 키가 크고 덩치가 있다면



 키가 큰 편이거나 다리가 길다면 부츠커트 진을 세련되게 소화할 수 있다. 폭이 넉넉한 플레어 진과 세미 부츠커트 진을 입을 때는 상의와 구두에 신경 써야 한다. 무릎 아래부터 바지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다리가 짧아 보이지 않도록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줘야 한다. 상의 역시 몸에 붙는 것을 입어, 위에서 아래로 매끄럽게 S라인을 만들어줘야 늘씬한 느낌을 강조할 수 있다. 이때 워싱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진한 색이 더 날씬해 보인다. 바지와 같이 신을 구두를 미리 결정하고 길이를 맞춰 바지 끝이 신발에 닿을 듯 말듯해야 한다.



스트레이트 진 - 허벅지에 살이 많다면



 허벅지부터 바지 끝까지 일자로 뻗은 라인이 특징인 스트레이트 진은 가장 무난한 청바지다. 특별히 튀지 않아 동양인에게도 잘 어울리며 입었을 때 단정한 느낌을 준다. 위부터 아래까지 똑같은 선을 그리며 실루엣이 떨어져 허벅지나 엉덩이에 살이 많은 여성에게 좋다. 두꺼운 허벅지를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스타일로 입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상의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여러 스타일로 변신 가능하다. 셔츠나 블레이저와 함께 입으면 단정한 느낌을 주는 반면, 빈티지한 분위기의 티셔츠에 가죽재킷을 입으면 섹시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촬영 협조=락리바이벌/모델=박혜진(에스팀)/헤어&메이크업=준오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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