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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노다 총리가 가지고 오는 고종 의궤, 이제 첫걸음이다

중앙일보 2011.10.18 00:20 종합 26면 지면보기
이경희 기자
18일 방한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대례의궤』 등 궁내청 소장 도서 3종 5책을 직접 가지고 온다. 지난해 11월 궁내청 도서 1205책을 반환키로 한 ‘한·일 도서협정’이 차질 없이 실행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다.



 『대례의궤』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한 과정을 담은 의궤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스님은 “중국의 천자나 일본 천황, 조선 황제의 급이 같다고 선언한 것이라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었다. 고종의 꿈이 담긴 의궤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노다 총리는 그 밖에도 정조 문집인 『홍재전서』 2책, 순종황제의 왕세자 당시 혼례 절차를 기록한 『왕세자가례도감의궤』 2책 등을 들고 온다.



  일본 황실 도서관에서 볼모처럼 묶여있던 우리 문화재가 돌아오는 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열광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영우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궁내청 도서 말고도 돌려받아야 할 우리 문화재가 많다. 이번 반환에 대해 한국 언론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면 일본으로선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여길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특히 의궤류는 국내에 이미 복본(複本)이 있는 자료들이라 학술적 의미는 떨어진다. 유일본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와는 위상이 다른 것이다. 학자들은 오히려 의궤와 함께 돌아오는 규장각 반출 도서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토 히로부미가 “한·일 관계상 조사 자료로 쓴다”며 빌려가 돌려주지 않은 66종 938책이다. 그 중 고대부터 한국의 역사를 정리한 역사서 『경세보편(經世補篇)』 등 6종 28책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라 어느 학자도 그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이들 도서는 당초 협정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일본측이 자발적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혜문 스님은 “일본 정부는 천황에게 나중에라도 폐가 될 수 있는 궁내청 도서류는 모두 돌려주기로 한 것같다”며 “한국 정부가 먼저 돌려달라는 요구조차 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끈질기게 대출 도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문화재는 문제삼지 않는다’고 했던 1965년 한·일협정을 이유로 반환 요구에 소극적이었다.



  박상국 문화유산연구원장은 “일본에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단계는 지났다. 이번 반환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을 먼저 칭찬해주고, 앞으로 한·일 관련 문제가 술술 풀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토 대출 도서와 같이 우리 정부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가 일본 에 얼마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궁내청 도서 반환은 첫걸음일 뿐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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