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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정홍, 세계 117위 잡았다

중앙일보 2011.10.18 00:11 종합 35면 지면보기
정홍이 17일 그레가 제믈라(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어머니 김영미(42)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17일 서울 올림픽공원의 테니스 경기장. 경기를 지켜보는 정석진(45·삼일공고) 감독은 연신 마른 입을 다셨다. 한국 선수의 스매시가 상대 코트에 꽂히면 탄성을 지른다. 상대방 공격이 성공하면 두 손을 모으고 초조해했다. 경기 내내 그는 환호와 탄식을 왔다 갔다 했다. 마침내 43분간의 혈투가 끝나고 한국 선수가 승리를 거두자 정 감독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아껴 뒀던 미소도 살짝 머금었다.

삼성증권배 국제남자 테니스
1세트 내준 뒤 두 세트 내리 따
감독인 아버지, 혈투 뒤 주저앉아



 이날 삼성증권배 국제 남자테니스 챌린저십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64강에서 18세 고등학생인 정홍(18·삼일공고)이 2번 시드인 세계랭킹 117위 그레가 제미야(25·슬로바키아)를 2-1(6-7, 6-4, 6-3)로 꺾은 것이다. 이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중 최고 수준(10만 달러·1억원)의 상금을 자랑한다. 세계랭킹 1~10위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이변을 일으킨 정홍과 경기 내내 가슴을 졸이던 정 감독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동시에 부자(父子) 관계다. 정 감독이 경기 내내 안절부절못했던 이유다. 이들은 국내 테니스계에서 유명한 ‘테니스 부자’다.



 정홍은 한국 테니스의 손꼽히는 유망주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뽑혔다. 신장은 작은 편(1m73㎝)이지만 활처럼 휘어진 자세에서 내리꽂는 서브가 일품이다.



 정홍은 ‘클레이 코트의 황태자’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롤모델이다. “강력한 서브와 공격력을 본받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정홍과 나달은 왼손잡이인 것까지 똑같다. 그는 “한국 선수 중에는 이형택 선수가 세계랭킹 63위까지 기록했는데, 나는 톱10까지 한번 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정 감독도 “아들의 꿈을 위해 곁에서 조력자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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