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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빈민촌에 학교 10개 … 15년 전 ‘샐러리맨 꿈’ 첫 결실

중앙일보 2011.10.18 00:04 종합 22면 지면보기
캄보디아 벵 마을에 설립된 ‘이재환 희망학교’에서 교사 훈 사이논(24·여)이 캄보디아 언어인 크메르어를 가르치고 있다. [플랜코리아 제공]


“공부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딸 아이가 유치원 교육의 기회를 받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희망학교’ 1호 세운 이재환씨



 캄보디아 시엠리아프(Siem Reap)주의 농촌 마을인 벵(Beng).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나이 소우른(29·여)은 "다섯 살 난 딸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생겼다”며 해외 봉사 NGO ‘플랜코리아’ 현지 직원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딸 칸나는 코코넛 나뭇잎과 대나무로 지어진 마을 교육회관에서 비를 맞아가며 공부해야 했다. 그나마 교실이 부족해 30여 명의 아이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휴편나눔재단’과 플랜코리아의 지원으로 지난 6월 완공된 ‘이재환 희망학교’에선 이달 시작된 새학기부터 학생들이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낮에는 벵과 인근 퐁로(Pongro) 마을의 6세 미만 아동 85명이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쓰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이재환
 ‘희망학교’는 사이버 원격 교육 업체인 ㈜미래에듀 이재환(46) 대표와 캄보디아의 인연으로 세워졌다. 1996년 무역회사의 주재원이었던 이 대표는 캄보디아 빈민촌을 방문한 뒤 학교도 못 가고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고 “언제가 학교를 지어 주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 다짐이 15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난관도 많았다. 건설을 맡을 업체가 없어 일정이 늦춰지는가 하면 무더운 기후로 인해 공기가 길어지고 건축자재도 제때 조달되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 학교 건설을 위해 발벗고 나서며 지난달 1년2개월 만에 학교가 완공됐다.



 이씨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에티오피아에 매달 10만원씩 보내는 등 월급의 10분의 1 이상을 늘 기부해 왔다. 회사를 그만둔 뒤 교육 벤처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사회 환원에 힘쓰고 있다. 2006년부터는 6년째 서울대 아동병원에 수술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2009년에는 사재를 털어 ‘휴편나눔재단’을 만들었다. 그는 “재단을 만들며 스스로 평소 고민하던 개발도상국의 교육 개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을 바꾸기 위해선 교육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최소한 기회의 평등을 주기 위해 어린 친구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평생교육사업을 하는 것도, 캄보디아에서 ‘희망학교 사업’을 하는 것도 교육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남에게 도움을 준 티를 내고 싶지 않다며 캄보디아 학교 기공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목표로 삼고 있는 ‘10개 학교 건립’을 모두 이룬 후에는 조용히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앞으로 1년에 하나씩 학교를 만드는 한편 필리핀 등 한국전쟁 때 도움을 준 유엔 참전국을 중심으로 ‘희망학교’를 설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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