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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MB식 공정’ 추락

중앙일보 2011.10.18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이명박(사진) 대통령이 17일 서울 내곡동 사저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그리고 사과로 비칠 만한 말도 했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저 문제는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면 재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지시했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내곡동 사저 포기, 논현동으로 … 김인종 경호처장도 경질

 그로부터 4시간쯤 뒤 이 대통령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따로 만났다. 5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여야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을 마친 뒤다. 홍 대표는 “내곡동 사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반하고 부적절하다. (이 대통령이 과거에 살던 서울) 논현동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논현동 복귀 문제를 포함해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사저 문제 책임자인 김인종 경호처장을 경질하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김 처장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라고 했다. 홍 대표의 두 가지 요구를 다 받아들인 셈이다. 이후 홍 대표는 국회에서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새로운 사저 대신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 [김태성 기자]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문제가 불거진 지 10여 일 만에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6일 만에 사과한 경우를 빼면 가장 빨리 문제를 시정한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신속한 조치를 취한 건 10·26 재·보선을 앞두고 크게 나빠진 민심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내곡동 사저 전면 백지화 방침이 정해지기 전까지 청와대는 “ 아들 시형씨 앞으로 된 땅(463㎡)을 대통령 명의로 돌려놓겠다”(10일)거나, “ 경호 부지도 줄이겠다”(12일)는 등의 미봉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걸로 비난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그간 공정사회를 주창해 왔는데 사저 문제와 관련해선 ‘공정’과는 정면 배치되는, 공정성이 몰락한 양상으로 일 처리를 했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편법 증여와 특혜, 개발차익 논란까지 불거져 법적 공정성은 차치하고라도 정서적 공정성에도 문제를 일으킨 셈”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던 진영에서 이런 이중 잣대를 보이니까 국민이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악화한 민심을 체감한 한나라당 홍 대표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측의 압박도 이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끼쳤다.



홍 대표 등은 “사저 문제가 조속히 정리되지 않으면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대선 때도 고전할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홍 대표는 16일 오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연락해 사저 계획 백지화를 요구했고,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날 밤 김 수석을 만나 이 같은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 측근은 “사저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려 할 경우 대통령은 여권에서도 고립될 뿐 아니라 재·보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뒤집어쓰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을 청와대도 알았기 때문에 당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선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상세히 모르고 있었고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잘 몰랐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미적거렸다. 결국 김인종 경호처장이 숨기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것”이라며 “김 처장만 책임지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기 전 내곡동 부지를 살펴본 적이 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말한 적이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부지를 살펴본 적이 있으면서도 ‘본의 아니게’라는 말을 한 건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글=고정애·정효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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