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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울었어요, 불쌍한 녀석 완득이 때문에

중앙일보 2011.10.18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고등학교 자퇴,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 배우 유아인의 개인사는 ‘완득이’의 조숙한 아웃사이더 완득이와 묘하게 연결된다. “늘 혼자 알아서 해왔다”던 어른스러움이 완득이 안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얌마, 도완득!” 20일 개봉하는 영화 ‘완득이’를 보고 나면 입가에서 떠나지 않을 말이 있으니, 바로 이거다. 얌마, 도완득!

영화 ‘완득이’ 주연 유아인



고교 담임교사 동주(김윤석)가 자기반 학생 완득이(유아인)를 막 부르는 호칭인데 이거, 은근히 입에 감긴다. 완득이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25)과 마주 앉으니 괜스레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달리 말하면 유아인과 완득이가 영화 속에서 온전히 한 몸이 됐다는 뜻인 것도 같다. 30도 각도로 살짝 고개를 치켜들때 보이는 콧구멍이 스크린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더니 아니나다를까, 평소 버릇이 그렇단다.



완득이는 고교 2년생이다. 집안 형편은 좋지 않다. 공부는 못한다. 싸움은 좀 한다. 척추장애인 아버지와 둘이 산다. 이 나이가 돼서야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자신이 어릴 때 집 나간 엄마가 필리핀 여성이란다. 쉽게 말해 이제 비뚤어질 일만 남은 거다. “늘 단점이었던 동안(童顔)을 무기처럼 휘두를 수 있었다”던 그의 해석이 궁금했다. “비뚤어지긴요, 소심하고 어른스런 반항아죠. 아웃사이더지만 결코 울타리 안을 벗어나진 않아요. 원작소설보다 훨씬 더 착한 애가 돼버렸어요.”



 완득이가 원작(김려령, 『완득이』)보다도 더 착해져버린 건 다 이 배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녀석” 때문에 펑펑 운 게 대체 몇 번인가. “‘뭐 이렇게 착한 녀석이 다 있나’ 싶었어요. 학교도 무작정 때려치면 되는데, ‘학교 좀 그만두면 안돼요?’라고 소심하게 물어보는 반항아가 어디 있어요. 자신보다 한참 작은 아버지를 업고 언덕을 올라가는 장면, 엄마를 만나 구두를 사신기는 장면은 특히 짠했어요. 완득인 엄마와 터미널에서 헤어지면서도 덥석 안질 못해요. 엄마가 먼저 ‘안아봐도 되냐’고 물어보죠. 저런 순간조차 완득이는 어른이구나 싶어 얼마나 측은했는지 몰라요.”



 그는 손을 가슴에 가져가며 “아직도 완득이를 떠올리면 여기가 아프다”고 말했다. 실제 나이보다 일곱살 어린 역을 했음에도 교복이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가 짐작됐다. 물론 교복 재킷 길이까지 신경쓸 정도로 물리적인 준비도 빠뜨리지 않았다. “2011년 현재 고교생의 감성을 알기 위해” 최대 10살까지 차이나는 단역 배우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고, “무슨 일이 있어도 스크린에 완득이가 멋있게 나오면 안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유아인은 2003년 KBS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했다. 8년이란 세월 동안 “한때 팬카페 회원이 15만명에 달하는” ‘반짝인기’도 누려봤다. 소위 비주류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있는 시간도 보냈다. 그 시간을 보내며 “미치도록 인기를 원했던” 그에게 전환점이 됐던 건 지난해 ‘잘금 4인방’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걸오 문재신 역에 쏟아진 열광 덕에 그는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한땐 ‘난 아티스트야, 내 길을 갈 뿐이야’ 하는 고집이 있었어요. TV 연기가 성에 안 찼죠. 드라마 ‘최강칠우’ 찍을 땐 매니저한테 ‘드라마 다신 안 할 거야!’라고 선언하기도 했어요.(웃음) ‘연기를 연기하고 있다’는 인공적인 느낌에 괴로웠거든요. ‘성균관 스캔들’ 을 하면서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갈증이 해소됐죠. 제작자나 투자자가 배우 유아인을 선택할 때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기쁘고요.”



글=기선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여운 긴 영화 ‘완득이’]



아빠는 장애인, 엄마는 필리핀인

담임이 괴롭혀도 소심한 반항만 …




영화 ‘완득이’엔 어마어마한 사건도, 소용돌이치는 클라이맥스도, 피를 부르는 악역도 없다. 사건이라면 저소득층 청소년인 완득이(유아인·사진 왼쪽)가 자신을 괴롭히는 담임교사 동주(김윤석·오른쪽)가 죽기를 매일 기도하고, 어릴 때 집 나간 엄마가 필리핀 이주여성이란 ‘출생의 비밀’을 발견하는 정도다.



 사건도 굴곡도 악역도 없다고 이 영화가 심심할 거라 예단한다면 틀렸다. 출간 3년 만에 70만 부가 팔린 김려령 작가의 동명 원작은 그렇게 만만한 텍스트가 아니다. 다문화가정, 빈곤과 장애, 교육과 청소년 문제 등 다양한 코드가 담겨 있다. 이런 코드는 김윤석과 유아인 두 배우의 더할 나위없는 호흡에 실려 성공적으로 형상화됐다. ‘악덕교사’가 아니라 실은 이주노동자 후원단체를 운영하는 꽤 괜찮은 인물로 드러나는 동주와 그런 ‘똥주’에게 시나브로 마음을 열게 되는 완득이. 두 주인공과 주변인물을 소소하지만 촘촘하게 엮는 웃음의 거미줄이 유쾌하고 따스하다. ‘청춘만화’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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