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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친 공기업 … ‘신의 직장’ 위상 흔들리나

중앙일보 2011.10.17 00:20 경제 4면 지면보기
공기업에 다니는 박모(37·여)씨는 최근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내년부터 공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으로 주말부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이 둘을 돌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좀 쉬면서 민간기업에 일자리가 나는지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 이전에 초임도 깎여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기업, 그곳의 일자리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부터 주요 공기업이 지방으로 옮기는 데다, 대졸 초임 연봉 삭감과 고졸자 채용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총 147곳으로 인원만 4만6690명에 달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퇴사·이직을 고민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공공기관 직원 13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고 응답한 직원은 20%에 불과했다. 자녀 교육(55%), 맞벌이(27%) 등을 ‘이주 불가’ 이유로 꼽았다. 입사 1~3년차 직원은 선배보다 적은 임금이 불만이다. 정부가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대졸 초임 수준을 많게는 30% 가까이 낮췄기 때문이다. 2008년 2770만원이던 공기업 대졸 초임 연봉은 지난해 2500만원으로 줄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정재훈 팀장은 “지방으로 옮기는 데다, 연봉도 깎이고, 민영화 얘기가 나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심기가 편치 않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전문대 포함)이 79%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억지 춘향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한 공기업 인사 담당 관계자는 “대졸 취업자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어 대졸자에겐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이 ‘배부른 소리’라는 지적도 있다. 취업 포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안정적인 고용구조와 탄탄한 복리후생은 일반 기업에 비해 여전히 앞서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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