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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석면 … 건물 해체현장 피하는 게 상책

중앙선데이 2011.10.16 02:44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석면 함유 광물질이 전국 주요 야구장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하철역사 내에서도 석면이 검출되었다니, 학교 운동장에서 석면이 나왔다니 해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석면은 어떤 단일한 물질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분쇄되면 날카로운 섬유형태를 띠는 광물질을 총칭해서 부르는 것이다. 사문석이나 각섬석 같은 모암의 일부가 뜨거운 물에 녹았다가 식어 재결정되면서 섬유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석면이다.



석면은 불에 매우 강하고 열이나 전기가 통하지 않아 ‘마법의 물질’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과거 건물 내부 단열재·절연재로 기능을 인정받아 슬레이트, 천장재, 석면 마찰제 등에 널리 사용됐다.



석면 섬유는 직경이 사람 머리카락의 5000분의 1 정도로 매우 가늘다.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숨 쉬는 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한 채 석면 가루를 들이마실 수 있다. 공기와 함께 흡인된 석면 섬유는 대부분 가래와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석면 섬유는 바늘과 같이 뾰쪽해 일부가 폐에 걸려 남는데, 내구성이 매우 높아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몸속에서 계속 손상을 주게 된다. 따라서 폐에 섬유화를 유발하게 되는데, 석면 노출이 멈춘 뒤에도 병이 계속 진전되어 섬유증이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 폐에 침투한 석면이 폐의 움직임에 따라 지속적으로 흉막에 상처를 내고 암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를 악성 중피종이라 한다. 중피란 몸의 중간에 위치한 세포막을 말하며 흉막과 복막이 대표적이다.



석면에 의한 악성 중피종은 이론적으로 아주 작은 양의 석면에 노출돼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소량의 노출로는 악성 중피종이 발생할 확률은 드물다. 반면 석면에 의한 폐섬유화는 고농도의 석면에 노출돼야 발생한다. 1년의 고농도 노출이나 5~10년의 중증도 노출로 발생한다. 악성 중피종은 발생에 다소 시간이 걸려 노출 10년부터 급증하여 30~40년 후에 다발한다. 그래서 석면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사용한 석면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악성 중피종 환자는 점점 늘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석면 슬레이트를 지붕으로 많이 사용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자동차 브레이크에도 많이 사용됐다. 다행히 국내의 보일러나 온수파이프의 보온재로는 유리섬유 등의 비석면 섬유가 사용됐다. 그리고 이미 생산된 석면 슬레이트를 사용하는 근로자의 석면 노출은 높지 않다. 석면이 고형화돼 잘 비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지하철 역사에도 석면이 발견되었다고 하나 회반죽 상태로 처리돼 실제 석면 노출은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석면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미국 배우 스티브 매퀸도 석면 희생자다. 그는 1979년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았고 1년 뒤 사망했다. 스티브 매퀸은 스피드광이었고 틈만 나면 자동차 경주 대회에도 참가하곤 했는데, 이때 화재에 대비해 석면으로 된 방화복을 입고 운전을 했다고 한다.

석면 제품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석면이 포함된 암석이 깔려 있다거나 고형화된 석면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다만 기존의 석면제품이 들어간 건축물이나 시설을 해체할 때는 -아무리 좋은 구경거리라도- 노출을 피해야 한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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