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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이지만 부도덕한 ‘모순’ 17세기 네덜란드 매춘 풍경

중앙선데이 2011.10.16 01:50 240호 8면 지면보기
베르메르의 ‘뚜쟁이’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 빛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75). 지금은 17세기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최고의 찬사와 존경을 받고 있지만 살아 있을 때에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는 화가였다. 당시 워낙 미미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록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김형진의 미술관 속 로스쿨 <30>베르메르 작품 ‘뚜쟁이

그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우유를 따르는 여인’ 등 아름답고 고상한 여인을 많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불과 30여 점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그의 작품 중에 ‘뚜쟁이’는 상당히 특이하다. 베르메르가 24세 때 그린 이 작품을 보면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 있다.

그림에는 노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야릇한 미소를 띠며 앉아 있다. 그 뒤로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한 손으로는 그녀에게 돈을 주면서 다른 한 손을 여인의 가슴 부분에 대고 있다. 남자의 오른 편에는 나이 들어 보이는 여인이 역시 살짝 웃으며 이 광경을 지켜보고, 맨 왼쪽에는 한 남자가 싱글거리며 악기와 술잔을 들고 있다.

이 그림 속에 나오는 여 종업원과 손님, 마담과 악사는 오늘날 유흥주점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림에서 사람들이 들고 있는 술잔까지도 지금 사용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도대체 베르메르는 이런 소재를 어디에서 얻은 것일까?

베르메르는 자기 집이나 가구를 소재로 그린 그림을 많이 남겼다. 작품 속 식탁이나 가재도구, 심지어 옷까지도 실제 그의 가족이 갖고 있던 것들이라고 한다. 이처럼 베르메르가 주변 사물을 소재로 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어쩌면 이 그림도 그의 생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베르메르의 부친이 술집을 했고, 베르메르도 일찌감치 20대부터 자기 스스로 여종업원들을 고용해 술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베르메르는 낮에는 화가로, 밤에는 유흥주점 사장으로 두 가지 인생을 산 것이다. 베르메르는 이처럼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화가로서도, 술집 사장으로서도 성공하지 못해 열 명이나 되는 자녀를 돌보기가 너무나 힘들었다고 한다.

그림의 제목이나 내용으로 보건대 이 그림 속에서는 한창 성매매를 위한 흥정이 진행 중인 듯하다. 물론 베르메르를 좋아하는 미술사학자들은 베르메르가 당시의 부도덕한 성매매 흥정을 고발하기 위해 또는 성서 속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빗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이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좋은 뜻도 담겨 있겠지만, 어쩌면 베르메르는 자기가 잘 알고 있고 또 사람들이 흥미 있어 하는 소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베르메르가 살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었다. 따라서 베르메르가 이런 그림을 그려도 당시 사람들로부터 크게 비난받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남녀관계가 비교적 자유로웠던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가 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유교 사회가 되었듯 네덜란드도 베르메르가 죽은 뒤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성매매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에서는 성매매를 범죄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돼 점차 성매매의 단속이 유명무실해졌다. 결국 오랜 논쟁 끝에 네덜란드는 2000년 성매매를 완전히 합법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면에서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성매매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해 성매매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또 성 매수자에 대한 각종 불이익을 제도화하고 있다. 성 매수자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과 함께 교육도 하고 있다. 초범자가 하루 8시간 교육을 받으면 처벌하는 대신 그들을 기소유예 처분해주는 일명 ‘존스쿨(John school)’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성매매에 대한 처벌과 교육을 아무리 강화해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거래라는 성매매 행위가 근절되거나 대폭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외국의 예를 보면 남녀 성비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거나 남자의 결혼에 막대한 지참금이 필요한 나라에서 만약 성매매가 실질적으로 금지될 경우 빈곤계층이나 소외계층의 성범죄가 대폭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네덜란드에서는 동유럽에서 몰려드는 가난한 여성들과 이들을 착취하는 갱 조직이 많은 사회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국민은 개인 간의 성매매 행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 세 사람 모두 웃고 있는데 정작 성 매수자인 남자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남자도 마음속으로는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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