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큰아들 국제중 입학…김한길 최명길 부부

온라인 중앙일보 2011.10.16 00:05



Thanks, Family

여성중앙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날 돌아볼 시간이 생겼다. 내가 안식할 곳은 가정이라는 동굴 말곤 없다”는 고백에, “항상 내 눈에 어진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남자로 보이길 원하고, 어진 아빠 눈에도 내가 근사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동부 이촌동 옥탑방 서재에서 만난 부부의 그 말이 참, 아름답다.



김한길·최명길 부부와 인터뷰 약속을 일찌감치 정해 놓고 한 가지 변수가 생겼더랬다. 2008년부터 여의도 정치권에서 물러나 있던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도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인터뷰하기가 다소 조심스러워진 상황이 된 것.



하지만 얼마 후 김 전 장관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예정대로 우리는 서울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아내이자 배우인 최명길이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에서 ‘억척스런 서민 엄마’를 맡는다는 소식도 호기심을 자극했고, 3년이 넘게 공식적인 활동이 없었던 김한길 전 장관의 근황도 궁금했다.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청심국제중학교에 입학한 큰아들 어진의 소식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저래 만나고 싶은 이유가 참 많은 부부였다.



1층 벽에 ‘옥탑방’이라고 적힌 건물의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자 2층 옥상에 공간을 내어 만든 사무실이 나왔다. 호방하게 악수를 청하던 김한길 전 장관은 대뜸 가족사진을 보라며 컴퓨터 앞으로 기자를 끌었다. 올해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두 아들 어진과 무진의 꼬마 시절이 담긴 사진부터 부부의 다정한 모습까지 한참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최명길이 들어와 여행 사진이며, 아이들 최근 모습까지 더 보여주라며 거든다.



“오늘 아침에 유난히 까치 소리가 크게 들리길래 반가운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들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깐 고민했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지, 그게 제일이지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한테 억지로 뭔가를 보여주려고 사는 인생도 아니니까요.”



"가족이라는 동굴 속에 칩거하면서 산 3년"

김한길 전 장관은 만 12년간 정치인으로 살며 3선 국회의원에 문화관광부 장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냈다. 이후 지난 2008년 정권 교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권과 거리를 뒀고,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선사했다. 그의 휴식은 철저히 가족과 함께였다. 그동안 정치인으로 사느라 정신없는 스케줄에 쫓겨 가족과의 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마치 그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하듯 두 아들과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부자간의 끈끈한 정을 쌓았고, 부부의 신혼여행지였던 유럽을 네 식구가 캠핑카로 구석구석 누비며 새우잠을 청하기도 했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아내의 사랑을 다시금 절감했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가족이라는 복권에 당첨된지도 모르고 살았던” 그였지만, 이제는 어느 직책보다 최명길의 남편, 어진이, 무진이의 아빠라는 이름이 가장 소중하다는 ‘가족 예찬론자’가 되었다.



공식적인 정치 활동은 쉬었다. 3년간 어떻게 지냈나

김한길_정치뿐만이 아니라 세상하고도 거리를 뒀다. 철저하게. 그간 너무 헐레벌떡 살아와서 나 자신을 돌아봤다. 가족이라는 동굴 속에 칩거했던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글로 써보면서 자서전을 준비해 보기도 했다. 근데 그것들을 쓰다 보니 지난 일들을 성찰하게 되고, 그러니까 자연히 반성도 하게 되더라. 가장 중요하고 뜻깊었던 것은 가족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가족이란 게 이렇게 소중한 거구나, 가족이 내 마지막 동굴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소중하니까 더 잘해 주고 싶고. 이제 다들 나더러 ‘외조의 황제’라 그런다(웃음).



최명길_자기 입으로 외조의 황제라고(웃음)? 정말 꿈같은 3년이었다.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우리가 1995년에 결혼했는데 이 사람은 그때부터 17년 동안을 계속 바빴다. 하지만 그게 개인의 욕심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었으니까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간 너무 정신없었던 삶을 좀 내려놓고 가족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니까 정말 좋더라. 애들하고도 아주 친해져서 우리 집 남자들끼리는 서로를 무척 좋아한다. 역시 남자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나 보다. 참 이상하다. 잘해 주긴 내가 더 잘해 주고 여행을 가서 돈을 쓰는 것도 내가 더 많이 쓰는 데 말이다. 외국에 여행을 가서도 문구점 같은 데서 내가 비싼 건 다 사주고, 아빠는 각각 20달러씩 주면서 돈에 맞게 필요한 걸 사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나한테 와서는 “엄마, 아빤 정말 멋있는 거 같아요.” 이런다. 아니, 돈은 내가 더 많이 썼는데 난 뭐냐고. 정말 황당하다(웃음).



아이들이 아빠의 진면목을 뒤늦게 발견했나 보다(웃음).

김한길_사실 3년간 나 자신한테 반성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내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도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안 했나 싶은 게 정말 미안했다. 한번은 어진이가 작문한 글을 지도해 준 적이 있는데, 아이가 “아빠, 너무 흥분돼서 잠이 안 와요. 아빠가 제 글에 영감을 주니까 정말 좋아요” 이러면서 연신 싱글벙글하는데 맘이 아프더라. 또 둘째랑 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데 갑자기 “아빠, 1백살까진 살 수 있지?”라고 묻기에 “몰라, 1백살까지 안 살 거야. 아빠가 그때까지 살면 너희가 아빠를 먹여 살려야 해서 너무 힘들잖아”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무진이가 “아빠 왜 그런 말을 해? 우린 가족이잖아” 이러더라. 정말 가슴이 찡하더라. 이 녀석들이 날 이렇게 감동시켰다.



아까 사진 보니까 가족 여행도 자주 갔던데

최명길_지난 3년 동안 매년 가족 여행을 했다. 우리가 신혼여행 갔던 그 곳을 애들 둘 데리고 라면 끓여 먹으면서 캠핑카로 다녔다. 신혼여행 때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화가가 우리 둘의 그림을 그렸는데 이번엔 우리 애들 2명을 앉히고 그림을 그리니까 기분이 참 묘하더라. 호텔에서 안 자고 캠핑카에서 넷이 뒹굴고 밥 해 먹고 다녔다. 1유로를 넣으면 6분만 샤워할 수 있는 공동 세면장을 이용하면서.



“최명길이라고 언제까지 왕비, 사모님만 할 건가”

매번 다른 인생을 사는 게 배우의 운명이건만, 최명길은 꽤 오랜 시간을 고정된 이미지 속에서 움직였다. 그녀 말처럼, ‘사극이면 왕비, 현대물이면 대기업 회장’ 역할만 줄기차게 들어왔고, 그녀는 ‘전공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최명길 하면 떠오르는 ‘우아하고 정갈한’ 느낌은 이제 그녀가 극복해야 할 숙제가 되었고, 이를 위해 거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국숫집 주인 박군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KBS ‘공주의 남자’의 후속으로 10월 12일부터 방영되는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배우 천정명의 엄마 역할을 맡은 것. 처음 이 역을 제의받고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우아한 역할 안에 자기를 가두지 마. 당신은 보여줄 게 많은 배우잖아”라며 적극 권유한 남편의 말에 힘을 얻어 도전을 결심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헌신적인 엄마 역할을 맡고 보니,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되더란다. 최명길은 정말 억척 엄마일까?



솔직히 놀라긴 했다. 최명길이 엄청난 구두쇠에, 화끈하고 육두문자까지 척척 내뱉는 억센 엄마를 연기한다니

최명길_아마 다들 그럴 것 같다. 내가 원한 건 아니었는데 최명길 하면 기대하는 이미지, 고정 관념 같은 게 너무 오래가더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중에게 내 연기가 가장 강하게 남았던 건 영화 ‘장밋빛 인생’(1994)인데 프랑스 낭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도 받은 이 작품에서 가리봉동 만화방 주인 역할을 맡았고, ‘우묵배미의 사랑’에서도 재봉사로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로 너무나도 많은 세월을 ‘왕비, 회장, 사모님’ 이런 역할만 맡았다. 나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찰나에 역할이 들어왔는데 해보고 싶더라.



김한길_캐스팅 제안을 받고 되게 망설이더라. 한 20년 정도 이런 역할을 안 해서 그런 거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기에 ‘유캔 두잇!’이라고 용기를 줬다. 난 이 사람이 배우로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간 아이들 낳고 키우느라, 정치인 아내 하느라 손해 본 게 많거든. 내가 문화부 장관 시절엔 일부러 드라마에도 출연하지 않았고. 그걸 잘 아니까 지금이라도 내가 열심히 외조하고 싶다.



이번 역할처럼 엄마로서의 최명길에게도 억척스러운 면이 있나

김한길_억척이라기보단 아이들에게 참 헌신적이다. 배우로 살지만, 다른 평범한 엄마들이 하는 걸 다 하려고 한다. 참 대단한 게, 학교 청소부터 배식은 물론이고, 학부모 모임에도 갈 수 있는 건 다 챙겨서 간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애들 엄마 중에서 이 사람이 왕언니다. 드라마를 안 찍을 때는 애들 따라 다니느라 스케줄이 더 바쁘다.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거지.



최명길_엄마라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난 우리 애들한테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내 인생에선 남편과 아이들이 최우선이다. 일단 애들과 관련된 모임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애들이 ‘왜 우리 엄마는 다른 엄마처럼 안 해주나’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러갈 때도, 다음날이 촬영이고 대사 분량도 엄청나게 많더라도 ‘내가 안 가면 어진이가 얼마나 기가 죽을까’ 싶어서 그냥 같이 앉아서 기다린다. 그래서 다른 학부형들이랑 엄청 친하다. 애들을 학원에 보내놓고 끝날 때까지 우린 그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씩 기다리고, 그러면서 공부에 대한 정보도 파악하고, 문자도 자주 하고 ‘번개팅’도 해서 만난다. 엄마들끼리 우리 집 근처에 모여서 생맥주도 한잔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 발견하게 된 자신의 의외의 모습에 놀랐을 것 같다. 학부형들하고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도 결혼 전의 성격과는 다르지 않나

최명길_정말 그렇다. 난 예전엔 행동반경이 아주 좁았다. 일 끝나면 곧장 집에 돌아와서 음악 듣고 책 보고 그랬다. 근데 남편과 살면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김한길_나 만나고 나서 너무 막 다닌 거지(웃음). 난 원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 사람은 변했다. 세상 속에 섞이려고 하고 마음을 열더라. 그전엔 ‘은둔’하는 걸 더 좋아하던 여자였는데, 아이 둘을 낳고서는 열성적인 엄마로 변했다.

최명길_난 우리 애들이 유명한 엄마 아빠 때문에 혹시라도 힘들어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많다. 그러니 엄마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그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도 그렇지만 애들 아빠도 나 못지않게 잘한다.



김한길_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시간 동안에 나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집사람이 바쁜 날엔 학교에도 대신 가고. 한번은 무진이의 학교 모임에 갔더니 전부 다 젊은 엄마들이고 아빠 참석자는 나밖에 없더라. 밤에 애들이 학원 갔다 오는 시간에 맞춰서 전철역까지 마중 나가서 데려오기도 했다.



“어진이를 영어 영재로 키우고 국제중 보낸 비법은…”

김한길·최명길 부부의 큰아들 어진 군은 현재 청심국제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 흔한 어학연수 한 번 보내지 않았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영어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각종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아들이 워낙 얌전하고 겸손한 성격이라 ‘영어 영재’란 소리를 부담스러워한다며, 부부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단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부. 그럼에도 아이를 똑똑하게 키운 나름의 방법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초등학생 때 어진이가 오바마상을 받기도 했다고

김한길_영재까진 아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학원 다니고 과외도 좀 하고 그랬다. 지난번에 어진이가 전국 어린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상 받은 아이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갔다가 세계 각국 아이들과 영어로 토론하는 행사에서도 잘 해서 오바마 대통령상을 받아 왔더라. 우리도 그게 나중에 학교로 오면서 상 받은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별다른 비법은 없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초등학생 가운데 공부 잘하는 애들 그룹이 있는데 그 엄마들하고 집사람이 시간만 나면 정말 자주 모였다. 그 엄마들이 정보가 많아서 꼭 나가야 하는 대회도 알려주고 좋은 교재나 과외도 추천해 주고, 그러니 이 사람은 다른 엄마들이 해주는 것을 다 따라 했다.

최명길_비결이 있긴 있다. 나처럼 그냥 잘하는 엄마들에게 묻어 가라(좌중폭소). 근데 그만큼 엄마도 부지런해야 한다. 잘하는 엄마들한테 밥 한 끼 사주면서 느닷없이 정보 좀 공유하자고 하면 안 해준다. 나야 워낙 자주 어울리고 친하니까 서로 진심으로 대한 거다. 그 엄마들한테 정말 고맙다.



그래도 부부 나름대로의 교육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최명길_딱히 그런 게 없다. 강남에 있는 유명한 학원에 애를 보낸 것도 아니고. 아, 한 가지 있다. 집에서 꾸준히 아빠랑 공부를 했다. 애들 아빠가 하루에 20문장씩 외우게 하고 매일 영어 시험을 쳤다. 아주 칼같이 하더라.

김한길_매일매일 일정량을 공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애들한텐 규칙을 정해 주는 게 좋다.

최명길_애들 아빠는 공직 생활을 하고 정치를 하면서 바쁘게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시간표도 완전히 분 단위로 짜더라. 보면 아주 놀랍다. 장관 일정표도 아니고(웃음). 애들 일과인데 오전 6시에 기상이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진 공부하고, 다음은 10분 휴식이고, 이런 식이다. 그걸 본 내 여동생이 형부한테 자기 애의 스케줄도 좀 짜달라고 하더라.

김한길_그런 건 애들이랑 같이 짠다. 아이들이랑 충분히 상의해서 약속을 만드는 것이다. 애들이 보고 ‘아빠, 그건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조정해 줬다. 일종의 합의문을 쓴 거다(웃음).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부모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의를 하면서 만든 약속은 잘 지키려고 한다.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여 있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까지, 어진이가 국제중학교 생활에는 잘 적응하고 있나

김한길_국어를 빼곤 전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었다. 특히 외국에서 살다 온 애들도 많고 유학파도 많아서 영어 실력에 차이가 많이 나니까 초반엔 따라가기 힘들었나 보더라. 학교에 간 뒤 제일 먼저 사달라고 한 게 랜턴이었다. 기숙사에서 밤 12시에 일괄적으로 불을 끄는데 애들이 잠을 안 자고 이불 속에서 조명을 켜놓고 다들 공부를 한다고 자기도 필요하다고. 그래서 우린 눈에 무리가 없는 랜턴을 사느라 한참을 뒤졌다. 그동안은 매일 시험도 보고 시간표도 짜주고 그랬는데, 큰애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 “아빠는 이제 너 야단치는 거 끝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 한 번도 야단을 안 쳤다. 예전엔 “시간표 다 지켰니? 공부했니?” 이런 말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주말에 집에 오면 “잠 좀 자라” “공부 좀 덜 해라”로 바뀌었다.



최명길_사실 국제중학교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다. 입학하기에 어렵다고 하니까 한번 도전해 보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정말 합격을 해 무척 기뻤다. 아이가 너무 순하고 여린 편인데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성장하겠다 싶어서 애 아빠와 오랜 상의 끝에 보내기로 했다. 아직 1년도 안 다녔지만 확실히 아이가 많이 성숙해졌다. 어쨌든 잘 보낸 것 같다.



혹시 형이 공부를 잘해서 무진이가 질투를 하지는 않나? 자기도 잘해야겠다고 위기감을 느끼거나

최명길_전혀. 큰애는 내성적이고 둘째는 외향적이다. 우리 무진이는 뭐든 자신감에 넘친다. 키도 작고 아직도 아기 같다. 학교에서도 1번인데, “무진아, 네 키가 작아서 사람들이 무시하면 어쩌니?” 이러면 “내가 왕따 시킨다고 생각하지 뭐” 이런다(웃음). 아주 거침이 없다. 어진이는 학교 시험을 보고 와서는 “엄마 죄송해요. 1개 틀렸어요” 이러는데, 무진이는 많이 틀려놓고도 물어보면 “아, 아주 잘 봤어요” 이런다(웃음).

김한길_둘째는 나하고 똑같이 농담을 한다. 대화가 아주 잘 통한다. 어린데도 센스가 많아서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벌써 몇 단계 위에 가 있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아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는 좀 더 지켜보면서 재능을 키워줄 생각인데 확실히 어진이는 내 쪽을, 무진이는 엄마 쪽을 닮은 것 같다.



이렇게 다른 성향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부가 특히 강조했던 게 있나

최명길_형제간의 우애, 가족 간의 사랑 등 기본적인 인성 교육을 강조했다. 애들이 인간미는 하나도 없고 공부만 잘하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김한길_난 기본적으로 애들 인생은 애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 편하게 놔두는 게 맞다. 다만 어느 나이까지는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고 그렇게 했다. 큰애가 중학생이 된 이후에 야단을 안 친다고 선언했는데, 굉장히 어린 나이지만 나는 이제부터 어진이를 믿는 것이다. 스스로가 이끌어가야 할 자기 인생이니까.



“남들은 정치를 다시 하려 한다고 말하던데, 김한길이 세상에 다시 나온 거다”

최근 김한길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여러 번 올렸다. 지난 9월 초에 서울시장 경선과 관련해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후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에 변화를 당부했던 글도 화제가 되었다. 최명길의 트위터 개설을 놓고도 ‘남편의 시장 출마를 앞두고 지원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3년간 ‘일시 정지’ 상태였던 정치인, 정치인의 아내로서의 삶을 슬슬 재개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제 정치를 다시 할 때가 된 거냐고. 그는 “그냥,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말로 답했다. 최명길 또한 그가 더 쉬든 정치를 다시 하든 “전적으로 어진 아빠의 뜻에 따를 것이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얼마 전에는 어진이도 “아빠, 이제 정치 안 해요?”라고 물어봤단다. 이래저래 그의 활동 재개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서울시장 경선과 관련해서 아내와 상의를 많이 했나

김한길_물론. 우린 뭐든 상의를 하는 편이다. 이번에 서울시장 경선과 관련해서도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장에 출마하는 게 좋을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최명길_남편이 어떤 길을 간다 해도 뜻을 존중할 것이다. 항상 내 기대치에 벗어나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니까 믿는 것이다. 어진 아빠랑 살면서 내가 느낀 건, 절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계산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정치 활동을 쉴 땐 이 사람한테도 이제 여유가 생긴 거라 많이 환영했는데, 그 반대 상황이 되더라도 어진 아빠와 뜻을 함께할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불출마하기로 정리를 했나

김한길_일단 우리 당에 마땅한 후보가 있어야 하는데, 한명숙 전 총리가 못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여론 조사를 해보니 그래도 내가 제일 경쟁력 있는 후보라기에 고민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더 주목한 것은 안철수 현상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것을 바라는 정치적 욕구의 실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아닌가? 국민들의 새 욕구에 대해 나를 포함해 기성 정치인들이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 말고도 예전처럼 소설가라든가, 토크쇼 진행자, 칼럼니스트 등의 활동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김한길_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몇 년을 폐쇄적으로 살았는데 이제 좀 세상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싶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도 하고 싶고. 요즘 우리나라의 청소년,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로 위로만 하지 말고, 제도적으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최명길_사회에 기여를 하는 것도 좋다. 근데 난 어떻게 생각하나? 아내에 대한 계획 말이다(웃음).

김한길_최명길도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말로 아니라 제도로 만들어야겠다. 월 1회 여행, 뽀뽀 이런 것 말이다(웃음).



두 사람이 참 편안해 보인다. 결혼 17년 차, 친구 같은 존재인가

김한길_친구 같지 않다. 애인 같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날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니 내가 안식할 곳은 가정이라는 동굴 말곤 없더라. 그래서 이 사람하고도 그렇고 아이들하고도 훨씬 더 친해졌고. 지난 3년을 보내면서 최명길도 다시 나한테 존재감이 훨씬 커졌다. 당신은 어떤가?

최명길_나도 그렇다. 당신은 애인 같은 남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두 사람의 믿음과 신뢰가 깊어졌다는 것.

김한길_더 감동적으로 말해 봐라(웃음).

최명길_있어봐라. 난 항상 내 눈에 어진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남자로 보이길 원하고 어진 아빠 눈에도 내가 근사한 여자였으면 좋겠다. 우리 오늘 너무 닭살일까?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이진하(studio lamp) 스타일리스트_홍승하 의상 협찬_르베이지, 니나리치맨, 카운테스마라, 나무하나, 골든듀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