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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사찰에 뿌려진 삐라 내용이…北 당국 발칵

온라인 중앙일보 2011.10.12 09:35






북한 묘향산 관광호텔 전경





 얼마 전 북한 당국을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장군님'을 위협하는 불순분자나, 배고파 도둑질을 일삼는 군인 같은 만성적인 골칫거리 이야기가 아니다. "하느님을 믿으라" "하느님을 믿으면 잘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삐라 수십 장이 묘향산의 사찰 주변을 수놓은 것이다.



삐라가 붙은 날은 남북 불교계 인사들이 민족 화해를 기원하는 '팔만대장경 판각 1000년 기념 남북합동법회'를 열기로 했던 9월 5일 직전이었다. 막혀있던 남북간 민간교류를 종교행사를 통해 뚫으려 했던 북한당국이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불교 행사를 앞두고 개신교의 삐라가 돌출했다.









묘향산에 관광 온 북한주민. 이들은 북한 내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가진 고위층들이다. 음식을 즉석에서 조리할 수 있는 휴대용 버너와 고기, 기타 등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묘향산 인근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북한 내 고위층이 아니면 드나들기 힘든 곳이다. 김정일 별장이 자리잡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나 북한 상류층 전용 고급호텔이 있다. 공습에 대비한 항공기 방어체제를 갖춘 대형통신센터도 자리잡고 있다. 그런 곳에서 '선교 삐라'가 '대외 선전용 종교행사'를 앞두고 뿌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개신교에 심취한 고위층의 소행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북한 소식통과 북한개혁방송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보됐다. 김정일은 즉시 중앙당 조직부 지도원을 책임자로 하는 '반종교 검열그루빠(그룹)'를 조직해 전국 각지에 급파했다. 이 그루빠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령에서만 17명의 종교활동가가 구속돼 심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선 모든 종교활동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김일성·김정일 신격화를 통한 유일체제를 훼손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종교에 빠진 주민들은 가차없이 처형시키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영국 인권단체 '국제소수계인권옹호그룹(MRG)'은 7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작년 8월 평안남도 평성에서 지하교인 23명을 체포해 3명을 처형하는 등 기독교인들에 대한 북한 정부의 공포정치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속을 아무리 해도 종교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2009년 국제기독교선교단체 '오픈도어즈'는 "북한의 가정과 지하교회에서 종교활동을 하는 기독교 신자수가 40만∼50만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북한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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