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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이 선택한 두 남자 “유로화 미래는 어둡다”

중앙일보 2011.10.12 00:29 경제 4면 지면보기



노벨 경제학상 심스·사전트 교수 우울한 전망



크리스토퍼 심스(左), 토머스 사전트(右)





“유로화의 미래는 어둡다.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 한두 곳을 솎아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Christopher Sims) 프린스턴대 교수와 토머스 사전트(Thomas Sargent) 뉴욕대 교수의 평가다. 두 사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전트 교수는 현재 프린스턴대 교환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스 교수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유럽경제통화연맹(EMU) 체제하에서 탄생한 단일통화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며 “여러 국가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 통화는 통합된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기구 없이 지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는 중앙은행만 있고 통합 재정정책 집행기구는 없다”며 “이게 유로존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선 “유로존 회원국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재정 부담을 나눠 지고 각 회원국 재정 당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스는 특히 최근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질서 있는 디폴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국가 몇 곳을 유로존에서 뺀다고 위기가 수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전트 교수는 유로존 위기를 1780년대 미국 상황에 빗댔다. 그는 “1780년대 미국이 13개의 주(州)로 구성된 느슨한 연방이었을 때 각 주는 제각기 화폐를 찍어내고 주정부 채권을 발행했다”며 “이로 인해 현재 유로존이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도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이나 세금 인상을 독점하면서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사전트는 이론과 현실정치의 괴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전트는 “대부분의 학자나 관료가 단기적으로 재정 긴축을 피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가 늘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실현시키느냐가 언제나 어려운 숙제라는 것이다.



 월가 시위에 대해 심스 교수는 “나 역시 과거 반전·반핵 시위를 했던 사람”이라며 “월가 시위는 제도정치권이 담아내지 못하는 서민의 분노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자문위원이기도 한 사전트 교수는 한국 경제에 관한 질문에 “한은에 조언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말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학회와 세미나에 수시로 참석하는 ‘지한파’ 경제학자로 통한다.



 노벨상 수상 통보를 언제 받았느냐는 질문에 심스 교수는 “새벽 6시 조금 넘어 전화벨이 울리기에 번호를 보니 텍사스주 지역번호여서 처음엔 잘못 걸려온 전화로 생각했다”며 “나중에 아내가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스웨덴 악센트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해 노벨상 수상을 직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전트 교수는 “새벽에 전화를 받았더니 심스 교수의 연락처를 아느냐고 묻더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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