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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시민사회의 기회

중앙일보 2011.10.12 00:26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
지식에디터




시민사회는 시장·국가와 더불어 나라와 국제사회의 3대 영역을 구성한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로 이행할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시민사회가 부활하는 것이다. ‘아랍의 봄’의 성패와 관련,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것은 정당, 정치 엘리트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현주소다. 중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점칠 때에도 들여다보는 것이 중국의 시민사회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만큼 중요하다. 시민사회의 발전은 민주화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시민사회의 역동성은 정치 선진국·중진국·후진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우파는 티파티가 미국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에서는 시민사회를 전담할 기관을 설립해 시민사회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야는 시민사회로 진화하면서 민주화에 기여했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를 잊었다. 이제 시민사회는 정당 정치의 들러리가 아니라 주역이 되는 진화를 꿈꾸고 있다. 정당 정치의 실패를 정당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시민사회의 본격적인 정치 참여로 수많은 역기능이 예상된다. 정치를 공정하게 감시하는 기능이 약해지고 시민사회의 분열이 가속화돼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시민사회 진영의 갈등이 악화될 수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닮은꼴이 되면서 양쪽이 공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치에 이미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앞으로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막기 힘들다.



 막을 수 없다면 정치 참여를 성공시켜야 한다. 성공의 조건을 가늠할 때 우리 정치사에서 참조할 만한 것은 역설적으로 군인의 정치 참여다. 50년 전 군인들은 구국을 위해 나섰다. 정변을 일으킨 그들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신 군인들은 군복을 벗었다. 80년대 신군부도 군복을 벗었다. 우리나라 권위주의 정부들은 군복을 입고 훈타(junta)로서 통치한 중남미 등지의 권위주의 사례와 다르다. 상당수 우리 군 출신이 정치인·관료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산업화 달성에 기여했다.



 안철수·박원순 열풍으로 우리 시민사회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성공의 열쇠는 정치참여에 나선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시민 사회의 옷’을 벗는 데 있다. 정치·행정은 정당인·법조인·학자·언론인 출신들만 하는 게 아니다. 기업인·군인, 시민사회운동가 중에서도 훌륭한 정치가·행정가가 나올 수 있다. 양극화뿐만 아니라 다양성이 우리 사회의 특성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경험에서 가져올 것은 가져오고 벗을 것은 벗어야 한다.



 직업 배경이 정치인으로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정치인이 정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34대 대통령(1953~1961년)은 군 출신이었지만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순위에서 44명의 대통령 중 상위 10위권이다. 주시할 만한 또 다른 경우는 시민사회 지도자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오바마의 비판자들은 그가 아직까지도 ‘시민사회의 옷’을 벗어던지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군이나 기업이 하나의 조직·제도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나쁘다. 능력이 검증된 군인·기업인이 정치에 개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시민사회는 앞으로 새로운 정치 엘리트를 충원하는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조직·제도 차원에서 정치에 참여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지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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