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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헤지펀드 도입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중앙일보 2011.10.12 00:23 경제 8면 지면보기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추락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열대우림이건, 해양생태계이건, 정치시스템이건 관계없다. 너무 복잡해지고 너무 연결되고 너무 동질화하면 붕괴하게 마련이다. 금융시스템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개혁을 보면 세 가지 문제 중 처음 두 개는 논의도 많고 가시적 성과도 있다.



하지만 동질화한 금융시장에 개성을 되찾아주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논의는 부족하다. 만일 내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면 그래도 살아남을 동물은 무엇일까. 확실히 인간은 아니다. 아마 곤충일 것이다. 종(種)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몇십만 종 중엔 외계의 새로운 바이러스에도 살아남는 곤충이 있으리라. 극단적인 사건과 위기가 일상화한 환경 아래선 종의 다양성이 곧 생존력이다.



 한국도 헤지펀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1호 헤지펀드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한국 금융시장에 헤지펀드가 필요한가. 아니 왜 다른 나라보다도 더 필요한가.



 첫째, 한국 금융시장에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absolute return)을 추구하는 펀드다. 벤치마크를 초과 달성하려는 상대수익 목표를 갖는 펀드와 본질이 다르다.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받으면 펀드매니저 간에 쏠림 현상이 생기기 쉽다. 절대수익 성과 자체보다 벤치마크보다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펀드매니저는 다른 펀드매니저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엔 특정 회사 주가가 분명 오를 것 같은데도 팔아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남들이 다 팔아버리니 남들과 같이 가는 것이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잘못돼도 같이 잘못되기 때문이다. 살 때 모두 같이 사고, 팔 때 모두 같이 팔면 자본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만일 상대수익 추구로부터 자유로운 펀드가 있다면 다르게 투자할 것이다. 바로 헤지펀드다. 자본시장에 다양성을 가져와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헤지펀드가 다른 펀드보다 낫다는 말이 아니다. 두 개가 서로 다르며, 그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말이다.



 둘째, 투자전략 차원에서도 시장에 이질성을 더해 준다. 헤지펀드 유형은 실로 다양하다. 주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떨어질 때도 수익을 올리는 펀드,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얻는 펀드, 세계 경제를 대상으로 거시경제 변수를 예측해 투자하는 펀드 등이 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기존 펀드를 통해서는 달성하기 힘든 위험-수익구조를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셋째, 헤지펀드는 한국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흔치 않은 분야다. 한번 생각해 보자. 한국의 은행이, 한국의 금융투자사가, 한국의 보험사가 단기간 내에 세계 톱10에 들어갈 수 있을까. 헤지펀드라면 가능하다. 왜 그럴까. 과거 10년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보험사 각각의 세계 톱10 판도 변화를 살펴보자.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후 없어지거나 합병당한 금융사도 물론 있다. 하지만 순위만 바뀌었을 뿐 10년 전에 봤던 금융사 이름을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헤지펀드는 어떠한가. 현재 톱10 중 퀀텀·아팔루사·폴슨앤드코 정도가 익숙하다. 나머지 이름은 생경하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기득권이 약한 분야란 뜻이다. 역동적이고 아이디어 많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한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340조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든든한 우군이다. 아직은 헤지펀드에 자산을 배분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국내 헤지펀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도입 7년 만에 글로벌 경쟁을 뚫고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해 화제가 됐었다. 헤지펀드는 그보다 빨리 훨씬 큰 승전보를 보내올 것이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헤지펀드는 한국 금융계의 스티브 잡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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