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일성대 유학 박사 남한 출신 1호 “최근 북한 세계화에 관심 높아져”

중앙일보 2011.10.12 00:21 종합 35면 지면보기



호주 국적 박기석씨 … 김일성대 학술대회 갔다 서울에





한국에서 태어나 국내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호주 국적의 50대 동포가 북한 김일성종합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기석(56·사진) 호주 조선어연구소장이 그 주인공. 한국 J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은 그는 1990년 호주 유학길에 올라 멜버른 미드웨스트대에서 교육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도 있었지만 김일성종합대에서 언어학을 공부키로 결심했다고 한다.



 “호주에 사는 동안 아들이 ‘엄마, 김치가 늙었어요’(김치가 시었어요)라고 해 충격을 받았지요.”



박 소장은 해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던 차에 호주 북한 대사관 벽에 전시된 노동신문을 보며 북한말(문화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남북간에 어법이 달랐어요. 언젠가 통일이 될 텐데 문화어도 알아야 하겠다는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이후 그는 호주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김일성대 유학을 타진했다. 2004년 김일성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남북한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부했다. 북한에선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 중국이나 한국으로 나와 수많은 자료를 출력해 공부해야 했다. 지도교수(김영황)로부터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이 노력으로 2007년 ‘민족어의 통일적 발전을 위한 토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논문 심사과정에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남북간 컴퓨터 글자체나 입력 방식이 다릅니다. 북한의 ‘ㅌ’자는 윗변(-)과 ‘ㄷ’이 떨어져 있어요. 글자체가 북한식으로 되지 않으면 논문 통과가 어렵다고 해 지도교수와 함께 밤새도록 연필깎이용 칼로 130페이지 논문에 나온 ㅌ자 일부를 지워 전부 북한식으로 바꿨습니다. 인쇄 논문이 20여 권이나 돼 일일이 지우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는 지난달 22일 김일성대가 개교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뒤 최근 서울에 들렀다. “북한은 자기 땅에 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하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최근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는 등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경제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북한 실상을 전하면서 남북간 언어 이질화 극복과 해외 교포와 외국인에 대한 남북 공동의 한국어 교육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용수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