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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 피해자 고 조중필씨 어머니, 눈물의 14년 토로

중앙일보 2011.10.12 00:17 종합 18면 지면보기



“심부름센터 시켜 범인 잡아올 생각까지 했어요”



11일 인터뷰 하고 있는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69). [변선구 기자]



“아들 방을 아직도 남겨 놓고 있어요. 서랍 안에 볼펜 하나 못 치우겠어요. 혼자서 책상을 닦고 있으면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1997년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조중필(사망 당시 23세)씨의 어머니 이복수(69)씨는 아직도 밤잠을 설친다. 1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들이 비명에 간 그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딸 셋 끝에 나은 아들이었는데…. 살았으면 올해 서른일곱이니 손주 낳고 회사 다녔을 거예요.”



 이씨는 당시 재판 과정을 회상하며 “범인들을 포승줄로 묶지도 않고 재판하는 것을 보고 ‘내 아들 살려 내라’고 머리통을 내려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검찰을 믿었다고 했다. 유력한 용의자 두 명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면서 ‘법이 공정하게 저들을 심판할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2년여의 지루한 재판 끝에 에드워드 리(32)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아서 패터슨(32)은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판검사는 있으나 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나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죠.”



 이씨는 “시민단체마다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검찰청 앞에서 대학생들과 시위를 했다. 심지어 심부름센터를 통해 미국에 있는 범인을 잡아올까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에도 ‘이태원 살인사건’은 서서히 잊혀져 갔고 법무부와 검찰에서도 ‘기다려 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다 2009년 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재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검찰은 그해 말 재수사를 선언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재수사를 하겠다고 한 뒤에도 검찰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이씨는 “지난 14년간 법무부나 검찰에서 먼저 연락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제가 전화를 걸어 물어봐야 마지못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시로 연락을 하던 중 지난 8월, 법무부에서 패터슨이 미국에서 붙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씨는 “올해 안에는 반드시 범인을 한국에 데려와 처벌해야 한다”며 “사형은 안 되겠지만 무기징역이라도 받아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거든 제발 범인을 한국으로 데려와 처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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