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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만 승부 건다? 멋·재미·이야기 넣으면 경쟁력이 쑥쑥 오르죠

중앙일보 2011.10.12 00:17 경제 11면 지면보기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상징 중 하나는 ‘혁신적 디자인’이었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같은 제품뿐 아니라 이들 제품을 파는 ‘애플 스토어’도 차별화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매장 인테리어는 하얀색 일색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런 디자인에는 애플의 정체성이 담겨 있었다. 국내 창업 시장에도 수년 전부터 ‘디자인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인테리어부터 간판·집기·메뉴·유니폼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구매력이 큰 젊은 층은 과거 세대와 달리 다양한 디자인을 보고 자라서 디자인에 민감하다”며 “매장 고유의 색깔을 살린 디자인이야말로 광고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 눈높이 맞춘 매장 디자인 마케팅 바람

디자인 경영은 ‘디테일(detail)’이 핵심이다. 인테리어와 외부 장식처럼 눈에 띄는 큰 부분도 중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 외식업 매장의 경우 탁자·의자 같은 기본 시설부터 메뉴·조명까지 브랜드 컨셉트에 맞게 꾸며야 한다.









‘남다른 감자탕’ 대구 수성동점 직원(왼쪽)이 손님들에게 감자탕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 점포는 ‘남성미’를 디자인 컨셉트로 내세웠다.



 감자탕 전문점 ‘남다른 감자탕’(www.namzatang.com)은 ‘남성’을 컨셉트로 내세웠다. 매장 외부 간판은 흘려 쓴 거친 한글 글씨체를 활용했다. 남성미가 풍기는 직장인 캐리커처도 넣었다. 내부 벽은 철조망과 시멘트로 거칠게 마감했다. 탁자도 위판은 목재로, 다리는 철재로 투박하게 꾸몄다.



 메뉴 역시 남성용 보양식이란 점을 강조했다. 기존 감자탕에 식용 달팽이를 넣은 ‘와우 장사 뼈전골’, 뼈다귀 해장국에 달팽이를 넣은 ‘본좌탕’, 각종 한약재를 넣어 끓인 ‘활력보감 뼈전골’처럼 남성들이 솔깃할 만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이름을 붙였다.



 종업원들은 붉은색 유니폼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챙이 짧은 중절모를 쓴다. 남다른 감자탕의 이정열(39) 대구 수성점장은 “‘남성미’라는 컨셉트가 확실하다 보니 여자 손님들도 호기심을 갖고 찾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커피전문점 ‘라떼떼’(www.lattette.co.kr)는 고풍스러운 유럽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멘트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린 벽과 바닥, 원목 탁자와 의자, 거친 대리석으로 마감한 카운터, 풍차 조형물을 활용했다. 커피 열매를 든 흑인 어린이가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벽화도 걸었다. 카페베네(www.caffebene.co.kr)도 비슷한 컨셉트로 인기를 끈 경우다.



 도시락 전문점 ‘한솥도시락’(www.hsd.co.kr)은 최근 도시락 말고 음료수와 컵라면 판매까지 같이 하면서 디자인을 바꿨다. 테이크아웃 위주였던 기존 점포는 통로가 좁아 고객이 쉽게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문을 연 점포들은 널찍하다. 매장 안에 반찬이나 샐러드, 음료수를 살 수 있도록 진열장을 설치했다.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페인트 칠을 했던 벽도 원목으로 마감했다. ‘테이크아웃 도시락 전문점’ 이미지를 걷고 편의점 같은 컨셉트를 더하기 위한 변화다.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www.ibibigo.co.kr)는 브랜드에 연두색을 입혔다. 기존 전통 한식보다 ‘산뜻한 퓨전 한식’ 컨셉트를 살리기 위해서다. 마영범(54) 산업디자이너가 연출한 작품이다. 이 브랜드는 처음 개발할 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했다. 비비고란 이름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고안한 것이다. 비빔밥을 ‘투 고’(to go·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비빔밥에 투 고를 더해 ‘비비고’란 이름을 붙였다. 현재 중국·미국·싱가포르에 매장을 냈다.



 강병오 대표는 “매장 디자인의 핵심은 점포의 컨셉트를 정한 뒤 이를 단순화시키는 것”이라며 “욕심이 앞서 이것저것 표현하려고 하면 컨셉트만 흐려진다. 디자인의 첫째 미덕은 단순함”이라고 말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관건이다. 지나치게 독특한 디자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한 발 앞서 나가면 안 되고 ‘반 발’만 앞서 나가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호기심·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장 컨셉트에 스토리가 담겨 있다면 금상첨화다. 강 대표는 “최근 소비자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며 “디자인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더한다면 소비자들이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 낼 수 있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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