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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IT 생태계 지도로 보니 … MS·애플·구글은 한가족

중앙일보 2011.10.12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4S에서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기능이다. 전화기에 대고 “샌프란시스코 날씨 추울까”라고 물으면 “많이 춥지는 않아요. 섭씨 16도입니다”라고 대답한다. ‘e-메일을 읽어줘’ ‘30분 늦는다고 문자메시지 보내’ ‘주변 교통상황이 어떻지’ 같은 간단한 질문이나 명령어를 알아듣고 수행하는 이 서비스 이름은 시어리(Siri)다. 2007년 개발자 대그 키틀라우스, 애덤 체이어, 톰 그루버가 공동으로 만든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모태다. 색다른 기능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2010년 시어리를 전격 인수해 이달 초 선보인 아이폰4S의 핵심 기능으로 내세웠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48). 그는 첫 직장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독립해 2003년 안드로이드란 회사를 창업했다. 2005년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는 구글 검색 엔진과 지도를 스마트폰에 얹을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그해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루빈을 함께 데려왔다. 루빈은 구글 모바일플랫폼부문 부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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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과 인수합병(M&A)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끄는 두 축이다. 젊은이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고, IT 대기업은 가능성 있는 회사를 사들여 사업을 확장한다. 신생 벤처기업과 거대 IT 기업, 창업자의 무모한 도전과 대기업의 사업확장 능력이 만나 IT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IT 기업들은 서로 깊숙이 연결되는 관계를 맺게 됐다고 미 IT 전문 매체 매셔블이 최근 보도했다.













 ◆선순환하는 IT 생태계=온라인 신발쇼핑몰 재포스닷컴의 토니 셰이(37) 최고경영자(CEO)는 ‘취업-창업-매각-창업’의 IT 생태계 구축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오라클에 입사했다가 얼마 안 돼 그만두고 1996년 인터넷 검색광고업체 링크 익스체인지를 세웠다. 창업 2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2억 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했다. 이 자금으로 재포스닷컴을 인수해 ‘신발은 온라인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출액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규모로 키웠다. 재포스닷컴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이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회장. 줄다리기 끝에 2009년 아마존닷컴은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재포스닷컴을 인수했다. 셰이는 CEO로 남아 경영을 계속하고, 아마존닷컴은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셰이 CE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액 연봉의 직장이었지만 나는 따분하게 느껴졌다”며 “오라클에서 배운 기본을 바탕으로 창업을 격려하는 환경과 튼튼하게 구축된 IT 생태계 덕에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T 대기업이 경험을 쌓은 창업자를 배출하고, 이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을 다시 사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미국 IT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대기업이 포식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창업시장에 ‘새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창업자는 매각자금으로 또 다른 벤처기업을 창업한다.



 ◆M&A로 사업 확장=거액의 M&A 시장은 IT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수년간 100개가 넘는 신생 벤처기업을 사들였다. 구글은 2010년 한 해에만 48건의 M&A를 성사시켰다. M&A 담당 데이비드 라위 부사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계속해 적극적으로 M&A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M&A에 열중하는 것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면서 발 빠르게 모바일OS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게 좋은 예다. 애플의 시어리 인수에 대해 미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산 것은 앱이 아니라 모바일 검색이라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도 벤처기업 M&A 붐이 일었다. 하지만 사고팔리는 매물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웹호스팅업체 등 웹사이트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모바일 플랫폼이나 운영체제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모바일 관련 소프트웨어 매물이 많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회사 부가벤처스의 송영길 대표는 “예전에는 모든 거래가 온라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맹목적 믿음 탓에 닷컴 도메인 중심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천문학적 금액으로 거래됐었지만 지금은 특허권같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이미 검증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사는 게 M&A 시장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얽히고설킨 인맥 … ‘특허전쟁’ 사활 건 창업·M&A 경쟁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구글, 아마존은 모두 한 식구다?



 실타래같이 연결된 ‘인맥’을 짚어보면 이 명제는 ‘참’이 된다. MS와 애플은 세계 최대의 e-메일 서비스인 핫메일이 연결 고리다. 핫메일은 1996년 사비어 바티아와 잭 스미스가 창업했는데, 둘은 창업 전 애플에서 함께 일했다. MS는 98년 핫메일을 인수했다. 애플과 구글은 애플 출신 엔지니어 앤디 루빈이 창업한 안드로이드를 구글이 인수한 인연이 있다. 구글과 페이팔 사이에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있다. 페이팔에서 일했던 채드 헐리가 2005년 유튜브를 창업했고, 이듬해 구글이 이를 인수했다. 아마존과 MS는 각각 토니 셰이 재포스닷컴 CEO가 창업한 회사를 샀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허 전쟁과 정보기술(IT) 산업 재편이란 격동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IT기업들이지만 이처럼 ‘인맥’을 따지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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