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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대타자 그리고 지명타자, 안치용 한 방에 끝냈다

중앙일보 2011.10.12 00:01 종합 33면 지면보기



1사 만루서 2타점 결승타
SK, PO 진출에 1승 남았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왼쪽)이 0-0으로 맞선 6회 1사 만루 기회에서 타격 준비를 하는 안치용을 박수로 응원하고 있다. 안치용은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광주=김민규 기자]











안치용



프로야구 SK의 안치용(32)은 8~9일 인천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대타로 나섰다. 1차전에서는 7회 볼넷으로 출루해 도루를 했다. 2차전에서는 1-2로 뒤진 7회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렸다. 팀 타격 부진으로 고심하던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은 11일 광주에서 열린 3차전을 앞두고 “안치용을 5번 지명타자로 기용한다”고 했다. 이 대행은 타격 훈련을 준비하는 안치용에게 “오늘도 한 방 부탁한다”고 진심 섞인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감독대행의 간절한 바람은 현실이 됐다.



 0-0이던 6회 초 안치용에게 기회가 왔다. 1사 만루, 득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3루 쪽 원정응원단은 그의 응원가인 ‘와이번스 난세의 영웅 안치용’을 외쳤다. 볼카운트 2-2에서 안치용은 KIA 언더핸드스로 투수 유동훈의 시속 133㎞짜리 직구를 통타해 2타점 중전 결승타를 쳐냈다. SK는 2-0으로 이겨 2승1패로 앞서 나가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안치용은 1·2차전에서 ‘쇼케이스’를 펼친 뒤 3차전의 영웅이 됐다. 안치용의 준플레이오프 스토리는 그의 인생사와 꼭 닮아 있다.



 신일고 시절 안치용은 ‘천재’로 불렸다. 김광삼을 앞에, 봉중근을 뒤에 두고 4번을 쳤다. 하지만 그는 부지런한 선수가 아니었다. 대학(연세대) 4년을 거치는 동안 타순이 점점 뒤로 밀렸고, 2002년 LG에 입단해서는 2군을 전전했다. 안치용은 “게을렀다.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어릴 때 잘했다는 것만 믿고 밖으로 나돌았다. 훈련? 그냥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1군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랜 시간 2군에 머물다 보니 마음부터 약해지더라 ”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야구였다. “2군에 나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더 많아졌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더라. 창피했다. 늦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훈련했다.” 배트를 휘두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자고 있던 천재성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안치용은 2008년을 1군에서 지내며 타율 0.295·7홈런·52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다시 알렸다. 2010년 7월 그는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SK의 김성근 감독은 2002년 LG 감독 시절 신인으로 만난 안치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 전 감독은 “재능 하나는 타고났다 ”라고 했다. 그해 어느 날, 낮 12시에 인천 문학구장을 홀로 뛰고 있는 선수를 발견했다. 안치용이었다. 이날 훈련 시작은 오후 1시였다. 안치용은 “훈련이 부족한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은 “치용이가 많이 달라졌구나”라고 흐뭇해했다. 안치용은 더 이상 게으르지 않다. 이제는 1군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



광주=하남직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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