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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폴란드처럼 지정학 위치 최악 … 미·중 갈등 대비를”

중앙일보 2011.10.10 00:20 종합 12면 지면보기



국제정치 대가 미어샤이머 교수에게 ‘한국 미래’ 묻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가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다”며 “국민 모두가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중국의 화평굴기(和平<5D1B>起)는 불가능하다. 한국은 미·중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대가로 각광받고 있는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63)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김정일의 외교안보보좌관이라도 핵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건의할 것”이라는 말로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외교안보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미어샤이머 교수를 9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월가(街)에서 시작된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인가.



 “더 일찍 일어나지 않은 것이 놀라울 뿐이다. 밑에서부터 시작된 월가에 대한 반감이 곪아터진 것이다. 납세자들의 돈으로 구제받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들이 여전히 엄청난 급여와 보너스를 받고 있는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사태가 어디로 발전할지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유럽과 미국 경제의 향배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미 자본주의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아랍의 봄’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미국 시위에서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SNS를 무시해선 안 되지만, 중요성은 과대평가돼 있다고 본다. SNS가 없던 시절에도 혁명은 일어났다. 신속하게 많은 사람을 모으는 데는 SNS가 위력을 발휘하지만 SNS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의 힘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한국의 최선의 선택지는.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30년 후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고, 한국 문제에 개입하려 들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 공세적으로 행동하게 될 때 한국으로선 미국에 의지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본다.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다. 중국이 부상을 계속한다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한·미 동맹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담이란 말이 이해가 안 된다. 미국은 동북아에 영토가 없고, 한국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두 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강력한 한·미 동맹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처를 보다 용이하게 해 줄 것이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중국과 북한이 한 발 물러선 것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한국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아닌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이 한국의 이해에 부합한다. 한·미 동맹의 약화는 미국으로서도 바보짓이 될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그것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통일이거나 중립국 통일,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중립국 통일은 한국의 대중(對中) 예속을 의미한다.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통일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을 완충지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중국이 반대할 것이다. 미군이 38선 넘어 압록강까지 갈 수 있는 통일을 중국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38선 이북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것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 없는 얘기다.”



 -결국 통일은 어렵다는 뜻인가.



 “예측가능한 장래에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본다. 티베트나 다른 지역에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해 중국이 다른 곳에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 고르바초프 같은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혹시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오바마는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한국과의 관계에 미국의 엄청난 이해가 걸려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사건건 싸우고 있지만 한국 문제에 관한 한 확실한 컨센서스가 있다. 한국을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보는 것이다. 의회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정도로 한국이 미국에 중요한 나라인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한국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가 없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한국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한국과 폴란드다. 강대국들에 포위돼 있는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이 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이는 바꿔 말해 두 나라가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냉전 시절 미·소 간 대결의 무게중심은 중부 유럽이었다. 따라서 동북아보다 유럽이 미국에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게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 왔다. 그 바람에 한국은 미국에 말할 수 없이 중요한 동맹국이 된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내가 김정일의 국가안보보좌관이라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건의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국의 힘 때문에 미국도 한국 방어를 위해 핵 사용을 망설이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말이 된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계속 주지시킬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핵무장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고, 다른 대륙과 떨어져 있는데도 핵무기를 갖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갖고 있다. 악마 같은 사람들이 이들 나라를 통치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핵의 억제력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 사람이라고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나.”



 -현실주의 이론의 대가로서 한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다. 국민 모두가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안성식 기자



◆존 미어샤이머=“추악하고 위험한 것이 국제정치의 본질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이론가로 인정받 는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21세기의 마키아벨리’다. 한스 모겐소로 대표되는 고전적 현실주의와 구별해 사람들은 그를 공세적 현실주의자, 신(新)현실주의자라고 부르고 있다.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1982년부터 시카고대에서 강의해 왔다. 『강대국 정치의 비극』 『이스라엘 로비』 『지도자들은 왜 거짓말을 하나』 등의 저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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