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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 “월가서 시위하는 사람들 심정 이해”

중앙일보 2011.10.05 00: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영세사업자 망하는데 금융권은 천문학적 보너스 잔치”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로스앤젤레스·워싱턴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시위 구호를 적은 피켓이 가득한 맨해튼 주코티공원 인근 모습. [뉴욕=김태성 기자]













“월스트리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사진)가 월가(街) 시위대를 두둔하고 나섰다.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인 그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앞세운 시위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월가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수많은 영세사업자가 신용카드에 의존해 장사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카드 이자율이 8%에서 28%로 뛰었다”며 “이 때문에 상당수 영세사업자가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대조적으로 “은행에 대해선 (당국이) 자본 확충을 하지 않고도 부실자산을 처리할 수 있게 해줘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천문학적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월가 시위와 (강경 보수파) 티파티(Tea Party)는 정치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월가에 대한 태도에선 유사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3주째를 맞은 월가 시위는 갈수록 조직화하며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3일 월가에선 좀비 복장을 한 시위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가짜 돈을 먹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월가의 탐욕을 비난했다. 시위에 참가한 윌 에스텔라는 “현재 경제시스템은 사회의 1%에게만 온갖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며 “나머지 99%는 소외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는 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도시로 번지고 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시청 인근에선 월가 시위대를 본뜬 시위가 벌어졌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앞과 보스턴 중심가에서도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를 이끄는 지도부는 없지만 각 지역 시위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며 음식과 음료수까지 조달하고 있다. 심지어 시위 소식을 다른 도시에 알리고 경찰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홍보 부대까지 조직됐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전했다.



 월가 시위는 5일 다시 한번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3만80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미국 교사 및 운수 노동자 노조가 월가 시위대 지원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테네시주 멤피스, 텍사스주 맥앨런은 물론 하와이주 하일로에 이르기까지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질 예정이다. 각 도시에선 SNS를 통해 시위를 알리는 메시지가 젊은 층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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