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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트위터 당, 아날로그 당 접수하나

중앙일보 2011.10.05 00:29 종합 35면 지면보기






김진국
논설실장




보름 전쯤 나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국민참여선거인단에 참여해 달라는 e-메일을 받았다. 대학 시절 알던 사람들이다.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해 달라며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메일이다. 그 후로 몇 번을 더 받았다.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수시로 받았다. 트위터는 투표 전날부터 도배가 돼 있었다. 투표 당일에는 인증샷을 보내면 선물을 주겠다는 내용부터 시작해 현장 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유명인사가 사인회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평생 정치권을 취재해 왔지만 이번처럼 정치행사가 집중 홍보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 덕분인지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 단일 서울시장후보가 됐다. 무소속 시민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한 것도 상상할 수 없던 사건이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TV토론과 여론조사에서 밀렸지만 조직력이 있으니 참여경선에서 뒤집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거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아날로그 조직력은 SNS 네트워킹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무당파(無黨派)가 늘어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존 정당에 대해 실망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기존 정당에 불만이 많다는 말이야 맞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그 숫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닌 듯하다. 한국갤럽이 1987년 이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무당파는 오히려 줄어든 편이다. 90년대 이후 2004년까지는 40% 내외, 그 이후는 20% 근처에서 움직였다. 다만 지난해부터 30%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일 뿐이다. <그래픽 참조>



 그런데도 위력을 발휘한 것은 디지털 네트워킹의 힘이다. 이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선거 때다. 선거 당일 오전 노장(老壯)층이 많던 투표장은 오후 들어 청년층으로 바뀌었다. 출구조사도 오전과 오후가 달라졌다. 인터넷으로 투표를 독려한 힘이다. 이번 경선에서는 더 발전한 모델로,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의 확산력 차이만큼 더 강력하게 등장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시민운동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략 투표는 극도로 절제할 줄 알아야 가능하다. 결선을 고려해 자기가 좋아하지 않아도 차선, 아니면 차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광주 경선 투표가 그랬다. 전략적 투표는 SNS의 발달로 효과가 더욱 증폭됐다. 선거를 앞두고도 계파별로 목소리가 다르고, 공천 후보를 지원하는 문제로 논란을 벌여야 하는 한나라당으로는 대적하기 벅찬 상대다.



 SNS를 이용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또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직접 참여로 보완해줄 수 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는 소수가 독점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론(公論)의 장을 열어주기보다 일부 전술가의 선전술에 휘둘릴 가능성이 여전하다.



 민주당이 결국은 뻐꾸기 둥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후보의 약진은 내년 총선에서 쓰나미 같은 물갈이 요구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정당의 몰락이라고 규정하긴 이르다. 기존 정당이 스스로 변신할 기회는 남아 있다.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은 지도부, 시장감을 키워내지 못한 당내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SNS 소통도 끌어들여야 한다.



 어쨌건 박원순 후보가 입당을 미루는 건 민주당으로선 굴욕이다. 무소속으로 나서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소속보다 못한 정당의 간판에 기득권을 주장하기도 우스운 노릇이다. 그러나 정당에는 과거의 업보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비판만 하는 시민단체와는 다르다. 정당의 뒷받침이 없으면 시행착오를 거듭하기 쉽다. 박 후보의 수중보 철거와 양화대교 공사 중단 발언이 그런 사례다.



 정당은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의 계속성을 보장하고, 실패하면 책임을 진다. 그러나 시민단체나 SNS 리더에게는 그런 책임이 없다. 박 후보는 아직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 정책도 없이 정당의 외부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한 것부터 코미디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정책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박 후보 개인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특히 시민사회, SNS를 통한 소통을 정당정치에 끌어들이는 일은 여야 모두에 화급한 과제다.



김진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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