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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까지 가는 판·검사 1%뿐

중앙일보 2011.10.05 00:28 종합 16면 지면보기
정년을 채우고 퇴임하는 판검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두아(한나라당) 의원은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에 1990년 이후 판검사 정년 퇴임 현황을 의뢰한 결과 판사는 퇴직자 1519명 중 20명(1.3%), 검사는 1353명 중 5명(0.4%)만 정년 퇴임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중 정년을 3~6년 앞두고 지역 변호사가 판사로 임용된 경우인 경력 법관 9명을 제외하면 정년을 채우고 퇴임한 법관은 11명(0.7%)에 불과하다. 2년에 한 명꼴이다. 또 지난해 퇴임한 법관 81명 중 근무 15년 미만 퇴직자가 절반에 가까운 45.6%, 25년 미만은 87.6%에 이른다.


1990년 이후 퇴직 판사 1519명 중 20명, 검사는 1353명 중 5명만 정년

 법조계에서는 판검사들의 이러한 중도 퇴직 현상이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전직 법관이 승소 확률이 높고 그 때문에 수임료도 높게 받는다는 의혹은 중도 퇴직하는 ‘전관’ 자체가 없다면 애초에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는 “퇴직 후 그 지역 사건을 1~2년 동안은 많이 맡게 되는 이른바 ‘전관예우’가 법관의 중도 퇴직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법관은 당연히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법관이 정년까지 일하는 관행이 정착된다면 전관예우 논란도 줄어들고 판사들의 경험이 축적돼 복잡한 사건에 있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인 정미화 변호사는 “법관이 정년을 채우기 힘든 것은 피라미드형 인사제도와 전관예우 등 외부적 환경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내부적으로는 동료나 후배가 본인을 젖히고 승진을 하면 사직할 수밖에 없는 ‘기수문화’가 원심력으로, 외부적으로는 퇴임 1~2년 정도 기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는 통칭 ‘전관예우’가 구심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앞으로 중도 퇴직 법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도 “존경받는 사람이 법관이 되고, 법관이 되면 평생 한다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6월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2013년부터는 검사·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임명하는 ‘법조 일원화’가 시행된다. 법관 임용 연령이 높아지는 만큼 정년도 법관 65세, 대법관 70세로 현행보다 연장된다.



구희령 기자



◆판검사 정년=현재 판사의 정년은 63세, 대법관 정년은 65세, 대법원장은 70세다. 검사의 정년은 63세, 검찰총장의 정년은 6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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