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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단기적 고통 감수하는 전략 … 큰 대가 기대감

중앙일보 2011.10.05 00:28 경제 10면 지면보기



2차대전 엘 알라메인 전투





1942년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군이 직면했던 상황은 한마디로 비참했다. 영국군은 후퇴와 참패를 정신 없이 거듭하다 보니 수에즈 운하를 지키는 요충지인 알렉산드리아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몰렸다. 이집트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엘 알라메인에서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을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영국군의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적군의 보급선이 너무 길어진 때문이었다.



 먼 거리를 쫓겨 온 영국군은 복수의 칼을 갈며 반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반격을 꾀할 유일한 장소였던 엘 알라메인의 경우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돼 있었다. ‘한 번의 충격’으로 방어선을 뚫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형이었다.



 우회도 불가능하고, 기습도 쉽지 않은 국면에서 영국군이 선택한 대안은 정면돌파였다. 그러나 공격로가 너무나 뻔했기에 공세 초반 영국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뢰밭을 만나 큰 타격을 입었고 요소요소에 배치된 대전차포로 인해 공격이 좌절되는 실패도 맛봤다. 또한 로멜은 ‘사막의 여우’답게 과감한 매복을 감행해 영국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군은 이처럼 불리한 전황을 ‘악과 깡’으로 돌파함으로써 크나큰 대가를 거머쥐게 된다. 이 전투로 주축군은 수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군은 가까운 미래에 강펀치를 날릴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달부터 주가가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는 망연자실해 있다. 최근 들어 변동성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는 위기의 해결방안이 구체화된 것이 아니라 순자산가치 부근까지 하락한 주가의 가격매력이 너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한 번에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킬러 솔루션(Killer Solution)’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골칫거리다. 선진국의 재정적자 뿌리가 워낙 깊은데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위기 해결을 위해 운신할 여지도 넓지 않아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도 ‘획기적인 해결책’을 추구하기보다는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주가의 낙폭은 크지만 짧은 기간에 획기적인 추세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운 국면이다.



하지만 현재의 고통이 자산 시장의 장기적인 잠재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주식 시장의 ‘큰 그림’을 다르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한 국면을 일거에 돌파할 획기적인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세계 경제의 건전한 성장 사이클(Cycle)을 준비하는 단계로서 의미를 부여한다면 현재의 고통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국면에 따라서는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고 한 발씩 전진하는 다소 무식한 전략이 큰 대가를 약속하기도 한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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