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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중국 관광객 밀물 … 달라지는 쇼핑명소 풍속도

중앙일보 2011.10.05 00:25 종합 16면 지면보기



명동·압구정은 지금 인롄카드 천하



4일 서울 신사동 상가 앞에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인롄카드 가맹점 표지판이 걸려 있다. [김상선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가로등 기둥마다 중국어로 ‘인롄(銀聯)카드 한국 패션페스티벌’이라고 쓰인 깃발이 펄럭였다. 30일까지 중국 토종 카드인 인롄카드를 쓰면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 깃발도 즐비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는 인롄카드의 영문명인 ‘유니언페이(Union Pay)’ 스티커를 출입문에 붙인 매장도 있었다. 의류매장 파라수코의 김민정 점장은 “비싼 제품은 일본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이 사는데, 카드로 결제하려는 사람이 많아 올해 초 인롄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1번지’ 명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신발 전문점인 슈마커 명동점의 이태훈 점장은 “인롄카드를 받지 않는 건 장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로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서울은 ‘인롄 천하’가 됐다. 사람 가는 데 돈이 따르기 마련, 플라스틱 머니(신용카드)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남대문·동대문시장이 있는 서울 중구는 이미 인롄카드가 한국 카드처럼 쓰인다. 중구의 인롄카드 가맹점은 1만3162곳, 1~8월 결제액만 1270억원에 이른다. 관광객 장리준(26)은 “꼭 필요한 만큼만 환전하고 쇼핑은 주로 중국에서 쓰던 카드로 했다”고 말했다. 인롄카드는 별도의 해외 사용 수수료(일반적으로 1%)를 받지 않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 입장에선 추가 부담이 없다.



 인롄 바람은 올해 본격적으로 강남으로 번졌다. 지난해 말 2992개에 불과했던 강남구의 인롄카드 가맹점은 이미 2만 개를 넘어섰다. 인롄카드의 한국 제휴사인 BC카드 측은 “논현동과 청담동의 명품점이 속속 가맹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도 인롄카드가 필수다. 신사동 아이디병원의 김명심 상담실장은 “한국 병원을 찾은 중국인은 양악수술 같은 고난도 수술을 받는다”며 “고가 수술이다 보니 현금보다 카드 결제를 선호하고, 할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80~90%가 중국인이다. 김 실장은 “카드사에 수수료(약 3%)를 내지만 한국 카드와 별 차이가 없다”며 “수수료 부담이 있어도 고객을 잡으려면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롄카드 가맹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뿐 아니라 롯데월드가 있는 송파구, 홍대 앞 거리가 속한 마포구, 워커힐 면세점이 있는 광진구도 인롄카드 결제가 많은 곳이다. 인롄카드의 전국 가맹점 수는 25만 개고, 결제액은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4394억원이다. 이 카드로 원화를 찾을 수 있는 자동입출금기(ATM)도 전국 3만 개에 이른다.



 업종도 불문이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10월 한 달 동안 인롄카드로 1만원 이상 물건을 사면 물건 값을 20% 깎아준다. 최인용 세븐일레븐 소공점장은 “제품 포장에 한류 스타 연예인 사진이 들어 있는 제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며 “중국인이 한 번 오면 3만원어치 정도를 사는데 홍삼캔디 같은 사탕류와 팩소주 등을 많이 산다”고 말했다. VIP 고객을 잡으려는 백화점의 경쟁도 치열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인롄카드로 300만원 이상을 사면 중국 10개 도시 왕복 항공권을 주고 있다. 롯데·현대 백화점도 일정 금액 이상 인롄카드 결제를 하면 상품권을 준다.



글=김영훈·최모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인롄(銀聯)카드=중국 200여 개 은행이 연합해 만든 신용카드회사. 인민은행이 인가한 중국 유일의 국영 카드회사로 사실상 중국 카드 시장을 독점(점유율 99%)하고 있다. 2002년 설립돼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내 카드 발행 건수는 22억 장에 이른다. 한국 내 가맹점 관리는 제휴사인 BC카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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