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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D 공포 … 한국 증시, 연휴 뒤끝마다 곱빼기 급락

중앙일보 2011.10.05 00:21 종합 3면 지면보기



세계시장 강타한 재정위기





“불안해서 더 이상 주식을 들고 잠을 자기 어렵다.”



 4일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로 개장 6분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되자 주요 증권포털 사이트에 이 같은 글이 쏟아졌다. 사이드카 발동은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전날보다 5% 이상 급등락할 때 발동된다. 지난 세 차례가 ‘R(Rec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때문이었다면 이번 사이드카 발동은 좀 다르다. 공포의 뿌리엔 ‘D(Default·채무 불이행)’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이 연쇄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세계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디폴트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5%로 예상됐다. 목표치인 GDP의 7.6%를 웃돈다. 그리스 정부는 2일 “내년 목표도 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주말이 지나자 주요국 금융시장이 일제히 요동친 것도 그래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디폴트는 프랑스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며 “프랑스는 그리스 국채의 32.7%를 보유하고 있고 재정 상태도 건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디폴트되면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만 이탈할 경우 60억 달러(약 7조원), 전체 외국계 자금까지 영향받을 경우 574억 달러(약 68조원)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4일 또 ‘연휴 증후군’에 시달렸다. 올 들어 주요 세계 경제 이슈가 연휴가 낀 주말에 발생한 후엔 어김없이 국내 증시가 급등락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 시작 전부터 호가 매물이 쌓이는 등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며 “아니나다를까, 개장 즉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가가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85포인트(4.84%) 급락하며 장중 한때 1700선이 깨졌다. 코스피는 오후 들어 낙폭을 회복해 전날보다 63.46포인트(3.59%) 내린 1706.19로 마감했다. 증권 사이트 게시판엔 “개미투자자만 (기관투자가의) 총알받이가 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달 14일에도 코스피는 63.77포인트(3.52%) 급락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유럽에서 금요일과 주말에 벌어진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에 지난 8, 9월 중 국내 증시에서 월요일이나 연휴 뒤 평균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국내 증시가 휴장하면 그동안 쌓였던 악재가 한꺼번에 시장을 흔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의 하락폭이 미국·유럽 증시의 2~3배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D의 공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 변수라면 예측할 수 있지만 그리스 사태는 유럽 정책 공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망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규·허진 기자



◆디폴트(채무불이행)=빚의 원금·이자(원리금)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 사실상 국가부도를 뜻한다. 일시적으로 원리금 지급을 미루는 모라토리엄(상환유예)과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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