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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당 정치 … 시민운동가에게 패배한 의원 87명

중앙일보 2011.10.05 00:20 종합 4면 지면보기
정당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IT기업(안철수연구소) CEO가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돈 지 일주일 만에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3일엔 시민운동가가 국회의원 87명을 보유한 제1 야당 후보를 서울시장 경선에서 물리쳤다. 위기에 빠진 정당 정치의 현실 모습이다. 정치학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놓인 이 같은 상황을 ‘정체성의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본 ‘위기’ 진단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4일 “(민주당이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한 배경에는) 진보 진영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민주·인권 등의 패러다임이 효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역 말고는 뚜렷이 대표해 온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민주당은 기득권을 버리고 박원순 변호사로 대표되는 세력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해야 정체성의 위기에서 벗어나 기존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도 “서울지역 구청장이 19명이나 되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못 냈다는 것은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이자 제1 야당으로서의 정통성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다른 인물이 새 리더로 나서야 당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이 무너져도 한나라당이 전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정당의 위기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정당 구조 자체가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정치학자는 “현재 한나라당의 지지층은 젊은 층과 중산층이 대거 이탈해 지난 대선 때에 비하면 반 토막 나 있는 상태”라 고도 했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진(미국학) 교수는 “한나라당이나 진보 정당들이나 그동안 협소한 활동가들만 참여해 온 데다 일부 지역의 의사밖에는 대변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광범위한 시민의 바다에 기반한 정당, 유권자 정당, 소셜네트워크와 접속된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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