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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난 외환은행 주가 … 하나금융 또 인수 차질 빚나

중앙일보 2011.10.05 00:06 경제 4면 지면보기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지주가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났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외환은행 주가다. 외환은행 주가는 4일 주당 7000원에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24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인수 계약을 맺을 당시(1만2250원)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양측이 체결한 조건대로 인수가 완료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선 최근 주가 하락이 과도한 만큼 하나금융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내일 주가조작 최종 판결 … 경영권 프리미엄 100%까지 치솟아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맺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은 주당 1만3390원, 총 인수 금액은 4조4059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 계약을 연장하면서 주당 860원을 낮췄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승인을 미루는 사이 외환은행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론스타가 챙길 경영권 프리미엄(시장가격에 덧붙여 받는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 수준이던 경영권 프리미엄은 지난 7월 8일 계약 연장 때는 42%로 늘었다. 이후 외환은행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론스타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자꾸 불어났고 급기야 4일엔 약 100%에 육박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는 시장 거래 가격의 2배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치열했던 인수 경쟁 때문에 가격이 치솟았던 현대건설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58%였던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아무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다 해도 과다한 가격”이라며 “싼 물건을 비싸게 사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고, 이는 민·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재협상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승유 회장



회장은 최근 “(외환은행 인수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 아니냐”며 재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하나금융은 오는 6일로 예정된 주가 조작 재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될 경우 금융위의 강제 매각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경우 (지분을 반드시 팔아야 하는) 론스타가 가격 재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론스타가 가격에 예민한 사모펀드임을 감안할 때 과연 하나금융의 기대에 따라줄지 미지수다. 중요 변수 중 하나가 원화가치(환율)다. 외환은행을 판 뒤 받은 원화 대부분을 달러로 바꿔 나가야 하는 론스타 입장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 달러당 원화가치가 10% 이상 떨어져 그만큼 환차손을 볼 수밖에 없다. 계약이 연장됐던 7월 8일과 이날 환율을 적용해 보면 론스타가 거머쥘 수 있는 달러는 5억 달러(약 6000억원)나 줄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할 때도 원화가치 하락이 큰 요인이 됐다”면서 “환차손을 이유로 론스타가 가격 재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박재수 부위원장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이미 채권 발행과 유상 증자를 통해 3조원 가까운 돈을 끌어온 상태라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외환은행에 목을 매고 있는 하나금융이 론스타를 압박해 11월까지 유효한 계약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만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계약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론스타는 2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뒤 강제 매각 명령을 미루기 위해 상고와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제기, 원화 가치 상승을 기다리면서 새로운 매수 후보자를 찾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창희 기자



◆경영권 프리미엄=기업의 인수합병 때 경영권 인수를 위해 얹어주는 웃돈. 기업 가치는 주가로 대표되는 시장 가치 외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표현되는 무형자산을 더해 평가받게 된다. 인수자는 피인수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평가해 시장가치에 웃돈을 얹어주는 게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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