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포도밭 없는 홍콩, 웬 와인 강국?

중앙일보 2011.10.03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홍콩에는 포도밭이 없다. 포도주가 생산될 리 만무다. 그럼에도 홍콩은 아시아의 ‘와인 허브(포도주 중심지)’다. ‘와인 없는 지역에 웬 와인 허브?’ 홍콩의 와인산업 취재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시내 중심지의 알렉산드라하우스 지하 1층에 자리잡고 있는 포도주 전문 매장인 ‘폰디 푸드&와인’. 이곳 메니저 아이리 웡은 그 질문에 ‘와인 펀드가 답’이라고 말했다. 돈 있는 곳에 정보·사람·상품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아시아에서 와인 문화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자유항 홍콩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홍콩이 ‘와인 허브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2008년. 평균 80%에 달하던 와인 수입 관세를 그해 완전 철폐했다. 덕택에 와인 수입량은 매년 40~80%씩 늘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와인 수입 창구로 부각된 것이다. 정부가 직접 마케팅에 나섰다. 킴메이 호 상무경제발전국 비서장은 “프랑스·미국·호주 등을 돌며 와인 제조업체를 끌어들였다”며 “홍콩에 오면 아시아인을 만날 수 있다는 홍보가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와인 축제를 유치해 매니어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다음 달에는 와인산업 정상회의로 통하는 ‘와인 퓨처 2011’이 홍콩에서 열린다.



 ‘차이나 머니’도 가세했다. 와인 투자에 눈을 뜬 중국 거부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홍콩은 세계 최고의 와인 경매 도시로 등장했다. 2010년 홍콩의 와인 경매 거래액은 약 1억6400만 달러로 뉴욕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이뤄진 한 경매에서는 1990년 프랑스산 ‘로마네 통티’가 29만7400달러(약 3억5000만원)에 낙찰돼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같은 상품류 경매로서는 최고가다. 서울옥션의 이소영 홍콩법인장은 “치열하게 진행되는 경매의 경우 마지막 남은 두 사람은 항상 중국인”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와인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기도 하다. 홍콩에는 약 3350개의 와인 관련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 와인 관련 업체들이 속속 홍콩으로 몰려들면서 고급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허브의 힘’이다.



 우리에게도 없지 않다. 전 세계 자유무역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FTA허브’가 그것이다. 그 꿈은 유럽과의 FTA 협정 발효로 한층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한·미 FTA다. 곧 국회 논의가 시작된다.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는 또 한번 충돌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당 지도부에게 ‘홍콩 와인 바에 모여 포도주 한잔을 마시며 머리를 맞대라’고 권하고 싶다. 관세 철폐를 통해 와인 황무지를 와인 허브로 만든 홍콩의 힘을 느껴보라는 얘기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