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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백화점 식품매장서 떼쓰던 중년여성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2011.09.28 10:46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위치한 딘앤델루카 매장.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한 중년 여성이 "쿠키를 진열해놓은 장식품까지 통째로 팔라"고 나섰다. 매장 입장에선 떼를 쓰는 걸로 보일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식품을 얹어놓은 매대 때문에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주부는 아예 장식품까지 구입해 가족에게 입으로만 즐기는 음식이 아니라 눈으로도 즐기는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욕심을 낸 것이다. 이 중년 여성은 "집에서도 가족들이 보는 즐거움으로 입맛을 찾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장식품 구입을 의뢰했다"고 한다.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1층 식품관에 위치한 '딘앤델루카(Dean&Deluca)'에서 있었던 일이다. 1977년 미국 뉴욕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로 출발했다. 지금은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에 등장할 정도로 뉴요커들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한국에는 올해 9월 22일 신세계 강남점에 처음 들어왔다. 아시아에선 일본, 태국, 대만에 이어 4번째다.



오픈하자마자 이 매장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각이 미각을 일깨우고 사로잡도록 꾸민 독특한 전시기법과 마케팅 덕분이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위치한 딘앤델루카 매장.







이 매장은 잼부터 소금, 올리브오일, 빵, 쿠키, 초콜릿, 치즈 등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식재료를 모두 구비하고 있다. 각 품목별로 10여 가지 이상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예컨대 올리브오일의 경우 종류만 무려 11가지다. 이 매장의 진열대와 제품들에는 '딘앤델루카'상표가 붙어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이들과 연동되는 각종 스피커, 키보드 등을 한데 모아 단일 매장으로 꾸미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일종의 '애플형 식료품 매장'인 셈이다. 이런 마케팅 덕분에 각 제품은 고가에 팔리며 명품대접을 받고 있다.



매장 직원들은 각 식료품의 특징을 모두 숙지하고 고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준다. 냉장 또는 냉동고에 진열된 제품을 둘러보고 소비자가 알아서 고르는 방식인 일반 식품매장과는 확연한 차이다. 이 또한 애플매장형이다.



실제로 27일 오후 2시30분 어깨에 명품백을 맨 한 중년 여성이 잼이 가득 진열된 매대에서 잼을 고르고 있었다. 점원이 이 여성에게 "이것은 진열되어 있는 다른 잼들보다 부드러워서 과자나 요구르트에 넣어 드시기 좋고요, 위의 것은 빵에 발라먹기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 여성은 쇼핑바구니에 잼병을 넣었다.



가격은 전체적으로 비싸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상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세금이 많게는 300%나 붙기 때문이다. 조그만 잼 한병이 3만5000원, 한줌 밖에 안 돼 보이는 피스타치오 너트는 8500원이다. 가느다란 병에 담긴 꿀은 11만원 정도. 물가 때문에 장보기가 무섭다는 보통 주부들이라면 입이 쩍 벌어질 가격이다.



그런데도 딘앤델루카는 오픈 일주일도 안됐는데 고객들로 북적댄다. 딘앤델루카 황경선 마케팅 팀장은 "하루에 1500~2000명(계산대 정산 기준)의 고객이 이 곳을 찾는다"며 "지난 주말엔 발 디딜 틈이 없어 정신 없었다"고 전했다.



◇식료품보다 '문화'를 판다=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무슨 커피를 밥값 주고 먹느냐"는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이제 스타벅스는 커피와 동시에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딘앤델루카도 이런 전철을 밟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로 딘앤델루카를 찾는 고객들은 단순히 비싼 제품을 자랑하듯 사기 위해 이 곳을 찾지 않았다. 매장을 찾은 한 40대 주부는 "(강남에서) 멀리 살지만 좋은 식재료를 사기 위해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물론 호기심에 구경 왔다가 "왜 이렇게 비싸냐"며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평범한 중산층 주부들도 많이 찾았다.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데다 이탈리아 등의 장인이 만든 식료품을 가족에게 대접하기 위해서"다.









딘앤델루카의 에코백 가방(사진 左)







이곳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특징은 장바구니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 황경선 팀장은 "검정색 라지 사이즈의 에코백은 재고가 없다"며 "일본에선 딘앤델루카 장바구니를 몇 분마다 본다고 하는데, 우리도 장바구니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친환경정책을 표방하며 장바구니 사용을 그렇게 권장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강남 아줌마들이 장바구니를 사서 들고 다닌다. 기업의 마케팅이 에코문화까지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매장에 오면 의외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이 사가는 품목은 올리브오일과 같은 것들이다. 한 노신사는 "내가 먹는 건 내가 직접 챙기는 게 내 건강을 챙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교수는 "같은 제품이라도 비즈니스의 선진화가 고객과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여주는 사례"라며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 농산물도 단순 공급형, 물량형 정책에서 탈피해 맞춤형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명품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생산된 물품의 생산가치를 높이고, 소득과 문화로 이어지는 다이나믹한 효율성을 가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희 기자

사진=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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