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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도서관서 노는 봉원중 학생들 … 왜?

중앙일보 2011.09.28 04:00 Week& 2면 지면보기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행운동 봉원중학교.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삼삼오오 짝을 지은 학생들이 교실을 나서 잰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학생들의 발이 멈춘 곳은 ‘글벗누리’. 방과 후 더 북적대는 이곳은 봉원중 도서관이다.


즐거운 도서관

글=설승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봉원중 도서관에 가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벽에는 학생들의 독후 활동 작품이 붙어 있다. [황정옥 기자]







웃고 떠들고 … 활기찬 도서관



보통 학교 도서관은 쥐 죽은 듯 고요한 독서실로 사용되거나 아무도 찾지 않아 창고로 쓰이기 일쑤다. 봉원중 도서관은 다르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학생이 많다. 분위기는 자유롭다. 구석에 틀어박혀 독서에 집중하거나, 책이 빼곡한 서가에서 책장을 넘기거나, 친구들과 모여 토론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봉원중 도서관의 장서는 1만6000여 권, 넓이는 교실 네 칸 크기다. 하루에 대출·반납하는 책은 120여 권이다. 책을 빌려가는 학생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가는 학생이 더 많다. 일일 이용자 수는 얼마나 될까. 사서 이효숙씨는 “셀 수 없다”며 “학생들이 짬이 날 때마다 제 집 드나들 듯 들렀다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붐빌 때는 점심시간이다.



도서관은 학생들 사이에서 약속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그만큼 친근한 공간이다. 3학년 유보경양은 “친구들끼리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자주 한다”며 “우리 학교 도서관은 책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방과 후 도서관에 남아 있는 학생들에게는 간단한 간식도 제공된다. 2학년 박소정양은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면 틈새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며 “과제와 관련된 책이 진도에 맞춰 준비돼 있어 교과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 운영



학생들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이끌기 위해서 봉원중 도서관은 3년 전부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08년 백화현 교사가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시작한 일이다. 모든 독서 행사는 백 교사가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현재는 사서와 다른 한 명의 교사도 가세했다. 이들은 번갈아가면서 방과 후 도서관에 남아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도울 정도로 열성적이다.



벽에는 도서관이 1년에 한 번 여는 독후 활동 작품 콘테스트에서 뽑힌 학생들의 작품이 가득 붙어있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큰 행사로 우수작으로 뽑히면 국어 수행평가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학생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퀴즈대회, 행운권 추첨, 문학기행 같은 프로그램도 꾸준히 열린다. 1학년 임수빈양은 “지난 학기 도서관 퀴즈대회에서 상을 탔다”며 “더 열심히 책을 읽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으로 작가를 초청하기도 한다. 2학년 김혜원양은 “1학기 때 이옥수라는 작가가 왔었다”며 “소설가를 실제로 만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교사도 독서 동아리 활동



봉원중 도서관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독서 동아리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동아리를 자유롭게 꾸린다. 지난 1학기에 17개 팀으로 시작한 동아리는 2학기에 5개 팀이 늘어 현재 22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전교생의 8분의 1인 100여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글을 쓴다. 읽을 책과 함께 독서 활동 계획을 자세히 적어 제출하면 된다. 도서관 담당 교사는 참석 여부를 체크하고 계획을 지켰는지 여부를 확인해 준다.



“책과는 담을 쌓았었다”는 3학년 김도영군은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한 이후 책을 즐기면서 읽게 됐다”며 “남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했는데 발표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 이들은 2009년부터 격주로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현재 33명의 학부모가 두 팀으로 나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자녀가 졸업했더라도 계속 활동할 만큼 참여 열기가 뜨겁다. 학부모 독서회 호경환(46) 회장은 “엄마들 모임이지만 자녀 성적이 아닌 책 이야기를 나눈다”며 “한 번 모이면 2시간이 훌쩍 지나도 토론이 끝나지 않아 식사 자리에서도 토론을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언니와 함께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2학년 이자림양은 “나와 언니의 권유로 엄마도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다”며 “책이라는 공통 화제가 생겨 세 사람 사이에 대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교사 독서 동아리도 있다. 15명의 교사가 도서관에 모여 지정 도서를 읽고 토론을 한다.



여기저기 학교에서 도서관 운영 비결을 묻는 데 대해 백 교사는 “입시 위주의 독서 교육은 오히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책 읽는 분위기를 먼저 차근히 다진 뒤 친구들과 소통하며 자유롭게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봉원중 도서관의 독서 행사



다독왕·다독반 시상(매월) 책을 가장 많이 읽은 학생과 학급 선정해 시상 / 책 추천 영상방송(격주) / 도서관 소식지 발행(계간) 새로 들어온 책과 도서관 행사 정보 제공. 도서부 학생들이 제작 /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4월 23일) 대출자에게 사탕과 책갈피를 선물하는 이벤트 / 이 과학책 좀 읽어봐(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친구에게 권하는 과학책 홍보물 만들기 / 책 속 보물찾기(5·9월) 책의 구절을 들려주고 제목과 발췌 부분의 내용 맞히는 대회(대출 상위 도서, 역사, 철학서에서 출제) / 밤새워 책 읽기(4·9월) 독서 동아리 단합대회. 도서관에서 1박2일을 함께 지내며 그동안 해온 독서 활동을 나눔. 책 읽고 토론도 함(학부모·교사 독서회도 참여) / 문학기행(5월) 읽은 작품의 배경지나 작가의 생가 탐방 / 작가와의 만남(6월) 저자를 도서관으로 초대해 대화 나누기 / 독서토론대회(7월) 학년별 독서토론대회 / 한글날 기념행사(10월 9일) 사행시 쓰기, 한글 관련 퀴즈 대회 / 논술대회(10월) 교내 논술대회 / 국어의 날 행사(10월) 학교가 정한 ‘국어의 날’에 다양한 형태의 독후 활동 작품 공모전 진행. 우수작은 수행평가에 반영 / 대출자 행운권 대잔치(11월) 대출할 때마다 행운권 배부, 말일에 추첨해 경품 잔치 / 독서 퀴즈대회(12월) 학급 대항으로 전교생이 겨루는 ‘도전 골든벨’ 형식의 독서 퀴즈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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