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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의식 의원들 약사 6만명 눈치 보기”

중앙일보 2011.09.28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감기약 수퍼 판매, 국회 복지위서 제동 왜





감기약 수퍼마켓 판매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갈 길은 험난하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4명 중 한나라당 의원 두 명만 약사법 개정안(감기약 수퍼 판매 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그 이유다.



 복지위 통과는 고사하고 상정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상임위 상정은 여야 간사가 합의해 결정한다. 한나라당 간사인 신상진 의원은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 중 판매 방법이나 판매원 교육 방법 등이 졸속으로 돼 있으면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임위에 상정되면 날치기 처리 요건을 갖추게 돼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감기약 수퍼 판매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을 사기 힘든 점을 개선하려는 게 주목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초 서울과 5대 광역시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4%가 약 구매 불편을 호소했다. 71.2%는 일반약(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약) 수퍼 판매에 찬성했다. 이런 여론을 감안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수퍼 판매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18년 만에 약사법을 개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약사회의 반대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8월 수퍼 판매 논란이 한창일 때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 김금래(현 여성가족부 장관) 의원만 이 문제를 질의했다. 그런데 최근 수퍼 판매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춘 의원들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모 의원 측은 “수퍼 판매에 동의하지만 약사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일단 유보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약을 다루는 데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마약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유보 입장을 표명한 13명의 의원 중 상당수는 반대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최근 복지위에 합류한 한나라당 나경원·이재오 의원 측은 “아직 검토가 덜 돼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27일 성명서에서 “약국 외 판매가 필요한 약은 일반의약품 전부가 아니라 일부 가정상비약이며, 이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약사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억지”라고 비판했다.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 조중근 대표는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약사(6만여 명) 눈치를 보는 것인데 수퍼 판매를 반대해 일부 약사 표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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