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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노벨 수상자 맞히는 게 ‘노벨상감’

중앙일보 2011.09.28 00:57 종합 8면 지면보기
2011년 노벨상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4일)·화학(5일)·문학(미정)·평화(7일)·경제학(10일)상 발표가 이어진다. 노벨상은 개인의 영광인 동시에, 그해 학계의 트렌드를 짚어볼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정보분석그룹인 톰슨로이터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상 예상자 명단과 학계의 평가를 바탕으로 올해 과학 분야 유력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10월은 노벨상의 계절 정보분석그룹 톰슨로이터가 예측한 과학상 3개 분야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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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생리의학상 - 글리벡이냐 줄기세포냐



생리의학상은 암 치료와 줄기세포 연구, 두 분야로 후보군이 압축되는 분위기다. 그중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이마티닙(상품명 글리벡)과 다사티닙(상품명 스프라이셀)을 개발한 브라이언 드러커(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 니컬러스 리던(그래티 바이오파머사 창업자), 찰스 소이여즈(미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연구원) 세 사람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노벨상은 한 주제에 최대 3명까지 시상). 글리벡은 암 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이 별로 없는 게 특징이다. 스프라이셀은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어 ‘수퍼 글리벡’이라 불린다.



 종양 유전자 RAS를 처음 발견한 로버트 와인버그(미 MIT대 교수)도 암 분야 ‘단골’ 후보다. 매년 노벨상 발표 때가 되면 와인버그가 수상 파티 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보스턴 일대에 나돌 정도다.



 줄기세포 쪽에선 ▶제임스 틸(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줄기세포 존재·역할 규명) ▶존 거든(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줄기세포 조작을 가능하게 한 핵 이식, 복제 기술 개발) ▶제임스 톰슨(미 위스콘신대 교수, 배아 줄기세포 분리·배양 성공)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일본 교토대 교수, 상피세포로 유도 줄기세포 개발) 등이 거론된다. 줄기세포로 척수 손상 치료법을 개발한 로버트 랭어(미 MIT대 교수), 조셉 베이컨티(미 하버드대 교수)를 꼽는 사람도 있다.



4일 물리학상 - 아인슈타인 오류 검증한 ‘벨의 부등식’ 실험



물리학상 후보로는 앙리 에스페(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존 클라우저(미 이론물리학자), 안톤 자일링거(오스트리아 빈대 교수)가 첫 손에 꼽힌다. 1970~90년대 ‘벨의 부등식’ 실험을 통해 ‘양자(量子, quantum) 얽힘’ 현상을 검증한 이들이다.



 ‘양자 얽힘’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양자 중첩’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양자계는 둘 이상의 상태가 겹쳐진 중첩 상태로 존재하며, 측정에 의해 그중 한 값으로 정해진다는 이론이다. 이때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강한 상관관계에 있는 다른 입자의 상태까지 그 즉시 결정된다는 게 ‘양자 얽힘’이다.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정보 교환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시 세계에선 이해하기 힘든 얘기지만, 입자 단위의 미시 세계에선 실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게 양자물리학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고전 물리학의 태두(泰斗)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자연은 특정 시공간에 국한되는 국소성(locality)을 갖는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가 정보 교환 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이유로 1935년 포돌스키·로젠과 함께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는 ‘EPR(※세 사람의 이름 머리글자) 역설’을 발표했다.



 양자역학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킨 게 에스페 등의 ‘벨의 부등식’ 실험이다. ‘벨의 부등식’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옳다면 반드시 성립해야 하는 부등식이다. 64년 아일랜드 물리학자 존 벨이 고안했다. 에스페 등은 편광(偏光) 실험을 통해 이 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적어도 양자역학에 관한 한 아인슈타인이 틀렸음을 보여준 것이다.



5일 화학상 - ‘기적의 고분자’ 덴드리머 개발자 유력



화학 분야의 유력 후보로는 인조 고분자 덴드리머(dendrimer)의 개발·응용에 기여한 프리츠 푀크틀레(독일 본대 명예교수), 도널드 토말리아(미 센트럴미시간대 교수), 장 프레셰(미 UC버클리대 교수)가 꼽힌다.



 덴드리머는 ‘나무’를 뜻하는 그리스어 ‘덴드론(dendron)’에서 만든 말이다. ‘나무 모양의 고분자(高分子, polymer)’란 뜻이다. 이름 그대로 중심에서 나뭇가지 모양의 단위 구조가 반복적으로 뻗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스파게티 모양의 선형(線形) 고분자인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다.



 수형(樹形) 구조는 다른 분자를 결합시킬 수 있는 말단의 숫자가 많다. 그만큼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종양 부위에만 항암제를 실어 나르는 약물 전달체, 위치 선택적인 촉매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10여 년 전부터 “언젠가 덴드리머 관련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그 외 스캐닝 전기화학현미경을 개발한 앨런 바드(미 텍사스대 교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분야를 개척한 마틴 카플러스(미 하버드대 교수)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한별 기자



 ※도움말=편도훈 미 콜로라도 의대 교수, 양형진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교수, 장우동 연세대 화학과 교수





3000명에게 자문 → 후보 300명 압축·검증 → 최종 후보 다수결 투표 …



노벨위 선정 과정 비밀주의




노벨상 선정 과정은 신중하고 비밀스럽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9월께 전 세계 학자와 이전 수상자 등 약 3000명에게 다음 해 수상자 추천을 의뢰한다. 회신 기한은 이듬해 1월까지. 노벨위는 이렇게 추천받은 사람과 자체 선정한 사람을 합해 약 300명을 잠재 후보로 고른다. 후보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일단 후보가 선정되면 엄격한 평가가 이어진다. 노벨위는 수천 명의 인력을 동원해 수개월에 걸쳐 후보들의 업적을 검증한다. 이를 토대로 매해 9월께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 등 각 시상기관에 수상자와 예비 후보를 추천한다. 시상 기관들은 이 가운데 다수결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대개 노벨위가 추천한 사람이 수상자로 뽑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망에 올랐다가 탈락한 사람들의 명단은 50년간 비밀에 부쳐진다.



 선발 과정 ‘보안’이 이렇게 철저한 탓에 노벨상 수상자를 맞히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논문 피인용 횟수 등 계량화된 업적 분석이 가능한 자연·사회과학(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학) 분야에서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을 뿐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예상 명단을 발표하는 톰슨로이터가 그 대상을 4개 분야에 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자사 연구자료 데이터베이스 ‘웹 오브 날리지(Web of Knowledge)’를 이용, 각종 학술저널, 콘퍼런스 회의록, 특허 등에 자주 인용되는 학자를 가려낸다. 선정된 후보들은 대개 상위 0.1%에 속하는 이들이다. 톰슨로이터의 노벨상 예상 전문가 데이비드 펜들베리는 “과학계에서 인용은 일종의 동료 평가(peer review) 역할을 한다”며 “자주 인용되는 학자는 동료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학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피인용 횟수만 따지는 건 아니다. 노벨위가 높이 평가할 만한 획기적 새 발견이나 연구 분야, 학계에 미친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한다.



 ‘난이도’에 비해 ‘승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2000년 이후에만 2009(생리의학상), 2008·2005(이상 화학상), 2003·2002년(이상 경제학상) 수상자를 맞혔다. 과거 후보에 올랐다가 뒤에 상을 받은 사람들까지 치면 1989년 이래 이 회사가 물망에 올린 사람 가운데 총 41명이 실제 상을 받았다. 연도별로 치면 거의 매년 한 명 이상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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