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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극빈은행 미 실업자에게 통했다”

중앙일보 2011.09.28 00:41 종합 14면 지면보기



노벨평화상 수상 유누스, 뉴욕에 4번째 지점서 축사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위력이 발휘될 때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첫 노벨상(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71·사진) 박사는 감회에 젖었다. 그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롱스 미술관에서 열린 ‘그라민아메리카’ 브롱스지점 개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뉴욕에서 네 번째, 미국 전체로는 여섯 번째 지점이다. 그라민아메리카는 유누스 박사가 1976년 방글라데시의 빈민촌에서 시작한 ‘그라민은행’ 모델을 그대로 미국에 도입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빈민층에 담보·연대보증 없이 소액대출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다. 절대빈곤에 허덕이던 방글라데시 빈민에게 그라민은행은 새로운 삶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성공적 빈민구제 사업으로 평가돼 그와 그라민은행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라민아메리카 지점장 6명은 모두 그라민은행에서 20~30년 근무한 방글라데시 출신이다.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가 최부국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 은행 모델을 수출한 셈이다. 브롱스지점 개업식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



 -뉴욕에 마이크로크레디트 서비스를 도입한 계기는.



 “80년대 후반 빌 클린턴(Bill Clinton) 당시 아칸소 주지사가 그라민은행을 본떠 마이크로크레디트 서비스를 시도했다 실패하면서 미국엔 맞지 않는 제도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새롭게 조명됐다. 뉴욕은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적합한 도시다. 제도 금융권이 소화할 수 없는 이민 빈곤층이 많다. 이들은 악착같이 일할 준비가 돼 있다. 여기다 뉴욕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기부자층도 두텁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과 그라민아메리카의 관계는.



 “법적으론 독립기관이다. 다만 그라민아메리카는 그라민은행 모델을 따왔다. 담보·연대보증을 일절 요구하지 않고 주 고객층도 여성이다. 5명씩 대출자를 묶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매주 대출금 상환과 함께 반드시 소액이라도 예금하게 하는 것도 그라민은행 방식 그대로다. 지금까지 성과는 성공적이다. 대출 상환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



 -그라민은행의 성공 요인은.



 “신용점수나 담보를 보지 않고 사람을 본 데 있다. 얼마나 삶에 대한 의지가 뜨거운지에 초점을 맞췄다. 누구나 잠재력은 가지고 태어난다. 가난 때문에 이를 펴 보지도 못하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에게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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