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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 ‘뼛속까지 삼성맨’ 큰일 내다

중앙일보 2011.09.28 00:27 종합 28면 지면보기



선동열 물러난 뒤 분위기 바꾼 류감독



류중일 감독



김인(62)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류중일(48) 감독을 볼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류 감독, 미안하오. 고맙소.”



 올 시즌 삼성에도 나름대로 위기가 많았다. 그래서 김 사장은 류 감독에게 항상 고마워한다. 유연한 사고와 수평적 소통으로 위기를 최소화하는 것, 그게 류 감독 리더십의 요체다.



 류 감독 부임부터가 위기였다. 삼성은 지난해 말 선동열 감독을 사실상 해임하고 주루·작전코치였던 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선 감독이 만든 전력(코치·외국인 선수 등)을 류 감독이 지휘하는 셈이었다.



 준우승 감독이 잘렸으니 신임 류 감독의 부담은 엄청나게 컸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기존의 인적 구성을 흔들지 않았고 지시사항을 최소화했다. 자신의 힘을 굳이 과시하지 않은 것이다.



 류 감독은 참모들의 전문성을 철저히 존중했다. 투수 교체는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에게 일임했다. 류 감독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도움을 받는 것이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소신 있게 해보라고 주문한다”고 귀띔했다.



 현역 시절 명유격수에 타격까지 좋았던 그였지만 공격과 수비에 대해서도 코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있다. 경기 초반 번트 대신 강공을 하는 것은 “화끈한 공격 야구를 하겠다”고 천명했던 류 감독의 색깔이다. 대신 타격의 기술적인 지도는 전적으로 김성래 타격코치에게 맡긴다. 초보 감독들은 의욕에 넘쳐 직접 가르치려 하고 권위를 앞세우려 하지만 류 감독은 스스로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건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류 감독은 선수로서 13년(1987~99년), 코치로서 11년(2000~2010년) 등 삼성에서만 올해까지 25년을 보냈다. 사람에 대한 파악이 잘돼 있으니 야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류 감독은 27일 잠실전 승리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코치들과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100점을 주고 싶다. 나는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재차 했다. 사장에게 들었던 말을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한 것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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