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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용환의 ‘합리적 의심’

중앙일보 2011.09.28 00:20 종합 33면 지면보기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학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이 3개월이나 지체되고 있다. 같은 고리로 묶였던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의 임명동의안에 야당이 흔쾌히 참여함으로써 교착의 한 고리를 풀었다. 대치정국에 모처럼 불어온 훈풍이다. 여당이 그에 어떻게 답할지 주목된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측은 조 후보자의 국가관, 안보관을 문제 삼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천안함 폭침을 누가 한 것이냐에 대한 조 후보자의 답변이었다. 그는 북한이 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하고,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했다. 박선영 의원이 채근했다. 후보자 본인이 “확신”하느냐고. 조 후보자는 법률가로서 “확신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저 “그렇다”고 했으면 무난히 넘어갔을 텐데, 약간의 고집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관에게 확신이란 표현은 매우 삼가야 할 것이다. 확신을 갖고 내린 판결이 상급심에서 파기되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조차 재심으로 파기되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법률가가 ‘확신’을 가지려면 충분한 사실 조사와 반대신문을 거쳐야 한다. 그는 이 사건 전문가도 아니며, 수중에 충분한 증거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조사에 일정한 신뢰를 줄 수는 있어도, 의문의 여지없는 확신으로 표현하기에 주저함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재판관은 늘 ‘합리적 의심’을 유지해야 한다. 확신의 선입관을 갖는 재판관은 오히려 기피되어야 할 것이다. 확신에 찬 재판관은 덜 안전하다. 오히려 자기 판단의 정확성에 대해 주저하는 판사의 재판이 덜 위험하다. 정부 발표를 자기 확신의 근거로 삼는 재판관이 있다면 그는 권력의 추종자일 뿐이다. 재판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 다른 쟁점은 헌법재판관의 선출과정에 관련된 것이다. 헌법재판관 9인 중에 국회의 선출 몫은 3인이다. 3인을 다수당이 독식할 여지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예는 전혀 없었다. 다수당이 1인, 제1야당이 1인을 추천하고, 나머지 1인은 여야 합의로 추천했다. 정쟁이 극심한 와중에도 이런 전통은 잘 유지되어 왔다. 헌재의 주요 사명의 하나가 국민의 기본권 수호다. 국회는 다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적어도 야당 측에도 헌법재판관 추천 기회를 보장했다. 야당이 추천한 1인이 반드시 야당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그 1인은 헌재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상징한다. 석연찮은 사유로 그런 전통을 깨고 다수당의 전횡을 불러들인다면, 헌정사의 일대 후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식견과 경륜 면에서는 어떤가. 조 후보자는 억울한 이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데 충실했다. 하급심의 유죄 판결을 그가 관여하여 뒤집은 사건도 적지 않다. 재심 재판의 변호사로서 유죄의 확정 판결을 파기하는 데 성공한 사건도 한둘이 아니다. 헌법재판 분야에서는 변호인 접견권에 대한 제한을 타파한 빛나는 결정을 포함하여 다수의 위헌 결정을 끌어냈다. 기본적 인권을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관으로서, 그만한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적임자도 달리 찾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민주헌정의 표상이다. 헌재의 모든 결정은 전원 합의체이므로, 1명의 결원은 헌재의 활동 전반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야당의 결단으로 모처럼 맞이한 화해정국의 기조를 살려 헌정 장애요인을 신속하게 바로잡기 바란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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