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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세상읽기] 펀더멘털이 정말 문제다

중앙일보 2011.09.28 00:20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종수
논설위원
경제연구소 부소장




유럽 재정위기의 쓰나미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원화가치가 폭등했다. 시장과 언론은 대뜸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주가하락과 환율급등의 속도를 보면 2008년보다 상황이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23일 202bp를 기록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프랑스(197bp)를 넘어섰다. 국제금융시장에선 그리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은행들이 줄줄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프랑스보다 한국이 더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8년 멀쩡히 앉아 있다 뒤통수를 맞았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안 좋은 추억’이 새삼 떠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이 26일 공포감에 휩싸여 투매에 나선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다음날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한 데서도 드러났듯이 과도한 공포심리에 휩쓸린 주식투매는 더 큰 손실을 부를 뿐이다.














 사실 작금의 시장혼란을 부른 유럽의 재정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급작스럽게 터진 것이 아니다. 이미 몇 달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질질 끌어온 묵은 고질병이다. 또 유럽 각국이 그리스 문제 처리 방법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지만 해법을 찾는다 해도 후유증 없이 단박에 완치될 병도 아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그리스 재정위기 해소 방법에 이견이 여전하다. 차제에 그리스를 부도 내고 유로존에서 탈퇴시키자는 주장에서부터 유로본드 발행으로 구제금융을 더 퍼부어 살리자는 주장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통제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허용하되 유로존에 잔류시킨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지만 이 방안 역시 역내 국가들의 국내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태다. 어쨌거나 그리스 문제를 필두로 한 유럽 재정위기의 먹구름은 앞으로 상당 기간 걷히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 것이냐다. 당면한 문제는 유럽이 그리스 국채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유럽의 채권은행들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신용경색으로 벌어질 가능성이다. 이 경우 리먼사태와 같은 경로를 거쳐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이미 돈줄이 막힌 유럽계 은행들은 국내의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 달러를 빼내는 바람에 국내주가의 폭락과 원화가치의 급락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거 금융위기 같은 대량의 외화유출은 일어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급격한 외국인 주식투매와 외화 유출 가능성은 그다지 높을 것 같지 않다. 3000억 달러가 넘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과 줄어든 단기외채 규모를 감안하면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종전처럼 외화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국내투자자들이 위기설과 공포심리에 편승해 주식투매와 외화유출에 가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유럽의 재정위기 너머에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당분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역시 더블딥(경기의 재침체)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대지진과 쓰나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선진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선진국들의 경기침체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고, 단기간 내에 내수로 수출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세계적인 경기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경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볼 때 외화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외화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과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 벌어질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겨낼 만큼 기초체력을 키워 놓았는가 말이다. 다음 달 서울시장 선거부터 시작해 내년에 이어질 총선과 대선에서 쏟아질 복지 폭탄을 능히 감당할 만큼 펀더멘털이 굳건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당장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이 4%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3%에도 미달할 것으로 예측한 외국계투자은행도 있다. 정부가 그토록 자신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펀더멘털이 튼튼하니까 괜찮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바로 그 펀더멘털이 허물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수출이 동력을 잃었을 때 무엇으로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위기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진짜 펀더멘털이 강한지는 위기를 이겨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김종수 논설위원·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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