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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애아 성폭력 교사가 학교에 남아 있다니

중앙일보 2011.09.28 00:19 종합 34면 지면보기
교직원들이 청각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 사건을 다룬 실화 영화 ‘도가니’가 22일 개봉 이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민의 분노가 거세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재수사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등 진상 규명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관할 광주시교육청이 어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대책반’을 구성해 인화학교 문제 전반에 대한 진단에 나섰다.



 청각 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여 동안 벌어진 성폭력 사건은 한마디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성 노리개로 유린한 것이다. 그러나 설립자의 차남인 행정실장과 생활교사만 각각 징역 1년형과 2년형을 선고받고, 설립자의 장남인 교장과 재활교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 이유가 같은 종류의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기 때문이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성폭력 가해자 중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받지 않은 교사 한 명과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두 명 등 관련 교사 세 명이 버젓이 학교에 남아 아직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교육자의 본분을 저버린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그대로 맡겨 놓다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인화학교 학생 수는 한때 100명을 넘었지만 최근엔 22명으로 급감한 데다 시교육청의 예산 지원도 대폭 줄어 교육 환경이 형편없다고 한다. 이럴 바엔 학생들을 일반 학교 특수학급으로 전학시키거나 2013년 개교 예정인 공립특수학교 ‘선우학교’에 수용하는 게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다. 설립자 가족이 여전히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인화학교 법인은 이 와중에도 교명(校名)을 바꾸기 위해 시교육청에 정관 변경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시교육청은 차제에 교명 세탁을 위한 정관 변경을 인가해 줄 게 아니라 아예 학교 폐지를 검토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성폭력의 음울한 그림자가 남아 있는 학교에서 장애아들이 계속 지내도록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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