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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어제의 경쟁자가 파트너 되는 시대

중앙일보 2011.09.28 00:18 경제 8면 지면보기






황수
GE코리아 사장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난 몇 년간 단기간에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M&A는 성공률이 30% 미만이라는 점에서 자체 성장(유기성장) 방식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이다. 이러한 자체 성장 방식은 기술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기업이나 국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R&D 투자비를 늘리는 게 탁월한 기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격화된 기술 경쟁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필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혁신 방법론인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혁신’을 도외시한 결과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말 그대로 기업이 기술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된 혁신 방법으로 채택하고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글로벌 경쟁 환경은 어느 누구도 단독으로 세계가 당면한 과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솔루션을 모두 개발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원화됐다. 더 이상 기업 내부의 인적자원에만 의존한 혁신은 한계가 있다.



 GE는 수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다. 전 세계 곳곳에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지만 내부 인력에만 의존한 기술개발의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사와 함께 2억 달러의 투자금을 걸고 전 세계 중소기업과 개인·혁신가들의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공개 모집했다. 전력 그리드와 가정 에너지 효율화 기술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하는 ‘에코매지네이션 챌린지’를 통해 5000여 개의 사업계획과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22건의 투자와 상업적 제휴를 할 수 있었다. 10개의 벤처기업과 혁신가들에게 자금도 지원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이달 전 세계 의료보건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유방암 정복 기술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1억 달러 규모의 ‘헬시매지네이션 챌린지’를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는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유망 중기와 개인·혁신가를 대상으로 열린 혁신 공모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전문기술 발굴 담당 인력을 상주시켜 유망한 중기의 기술을 발굴하며 공동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GE는 지난해 KOTRA와 협력하며 유망 기술 보유 중기에 대한 발굴과 투자를 병행하는 행사를 열었다. 고유한 기술은 있으나 자금과 상업화 역량이 부족한 일부 중견기업이 GE로부터 자금을 투자를 받았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열린 혁신은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일 뿐 아니라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발휘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기도 하다.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기에 자금과 마케팅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 협력을 통해 대기업은 유망 기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장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대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벌어진 전국적 정전 사태로 각계각층에서 곤욕을 치렀다. 국내 대기업들은 ‘전력 그리드 기술 효율화’를 앞당길 수 있는 대규모 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최하면 어떨까. 유망 기술도 발굴하고 사업 환경을 건강한 기업 생태계로 이끌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고객으로 만나, 점심 때 경쟁자로 변하더니, 저녁에 다시 파트너가 되었다’는 말처럼 글로벌 기업 환경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안에 있다. 혁신에도 이젠 내외부 경계가 사라졌다.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린 혁신을 위해 이제부터 국내 대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키워 나가야 한다.



황수 GE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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