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간밤에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 은수저 훔치고 금 술잔 두고 갔네요

중앙일보 2011.09.28 00:17 종합 35면 지면보기






이훈범
j에디터




19세기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는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처럼 낭만적 작품을 쓴 아버지(알렉상드르 뒤마 페르)와는 달리, 사회성 짙은 글을 썼다.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로 더 유명한 대표작 『춘희』 역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입장에서 상류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한 작품이었다.



 그런 그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동시대 다른 남성들에 비해 크게 나을 게 없었다. “성경에 따르자면 여성은 하나님의 마지막 창조물이다. 토요일 밤에 만든 게 틀림없다. 가장 피곤한 시간 말이다.” 과로한 신이 만든 실패작이 여성이라는 얘기다.











 인간이 역사를 가진 이후 여성의 지위는 이처럼 우월적 위치에 있는 남성들에 의해 자리매김돼 왔다. 『탈무드』도 “여자의 충고를 따르는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충고하고 있고, 계몽사상가 장자크 루소조차 “속박은 여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여자는 한층 심한 고통을 만난다”고 악담한다. 이것들을 동양 언어로 번역하면 공자님 말씀 ‘삼종지도(三從之道)’가 된다.



 이런 시각은 20세기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히틀러에게 여자는 그저 ‘군인 아들 낳는 어머니’ ‘군수품 만드는 공장 근로자’였을 뿐이라지만, 그것은 악의 제국에 맞선 자유세계도 다르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여성들을 노동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1100만 명의 제대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시체제에서 빛을 발했던 여성들의 공헌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미 정부는 여성들이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라고 선전했다. 때마침 선보인 세탁기·냉장고 등 편리한 가전제품에 둘러싸여 왕비처럼 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 1944년 일자리를 갖고 있던 여성은 1800만 명이었고 그들 중 85%가 일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46년부터 50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차례차례 일자리를 떠났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해왔고 높은 임금을 받는 일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그 선두에 섰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세상이 달라졌다. 지구촌 대부분의 남자들이 느끼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다. 실력파 여성들에게 밀려 자신들이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음을 말이다. 지구 최고의 마초 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엊그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허용한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닐 터다. 은전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아들 뒤마는 원래 의학용어였던 ‘페미니즘’을 사회적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이다. ‘남자답지 못한 남성’을 뜻하는 말로 썼지만, 그것이 여성해방을 넘어 남녀 역전의 단초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 로마의 랍비 가브리엘이 더 선견지명이 있다.



 로마 황제가 가브리엘에게 묻더란다. “너희 신은 사람을 재워놓고 늑골 하나를 뽑아 여자를 만들었다. 그러니 도둑 아닌가?” 가브리엘이 대답했다. “어젯밤 저의 집에 도둑이 들어 은수저를 훔쳐 갔습니다. 대신 금 술잔을 놓고 갔더군요.”



이훈범 j에디터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