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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의 배신’ … 이젠 금도 못 믿겠다

중앙일보 2011.09.28 00:13 경제 4면 지면보기
-1.43%. 회사원 김모(36)씨는 27일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금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000만원을 금 펀드에 투자한 뒤 10%대의 수익률은 유지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그는 “금은 안전자산인 만큼 시장이 요동을 쳐도 괜찮을 줄 알았다”며 “최근 가격이 떨어지는 걸 보니 금값이 강세일 때 일부라도 환매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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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자산의 배신인가. 금값이 급락하고 있다. 26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59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종가보다 45달러(2.7%) 떨어졌다.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7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세계 증시가 휘청대던 지난달 중순, 금은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하며 2000달러를 눈앞에 뒀다. 이달 초까지 두 달간 금값은 30% 정도 올랐다. 하지만 최근 4일 동안 12%나 급락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요 금 펀드의 일주일 수익률은 -3.22%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골드리슈의 1개월 수익률도 1.69%로 떨어졌다.



 금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우울한 경기 전망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현금 선호 성향이 뚜렷해진 것도 이유다.



UBS 애널리스트 에델 털리는 “투자자들이 현금의 안정성에만 위안을 느끼는 듯하다”며 “금융시장의 상황이 나빠지며 다른 자산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금을 팔려는 욕구가 커져 금값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을 되돌아볼 때 현금 선호 현상이 심해지며 달러가 급격한 강세를 보일 때는 금값이 크게 떨어졌다”며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 금값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이 연말까지 조정을 받으며 온스당 1500달러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흔들리는 것은 금만이 아니다.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던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주(15~21일)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에서 4억64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졌다. 26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신흥국 통화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데다 이들 국가의 통화 강세로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 그동안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은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끌었다”며 “하지만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며 환차익이 줄자 이제 투자자들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기준 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7.66% 떨어진 것을 비롯, 브라질(-12.93%)과 러시아(-9.74%), 인도(-7.69%), 인도네시아(-4.44) 등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그 결과 신흥국 통화로 표시된 채권의 총 자산에서 환차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줄었다. 아시아 채권 펀드(일본 제외)와 유럽·중동·아프리카 채권 펀드의 환차익 비중이 모두 5.96%씩 감소했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올라 챙긴 환차익이 급감한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규모는 줄고 있지만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일 기준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액은 85조1049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4306억원 늘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의 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주 발표될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 원화채권의 안전자산 지위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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