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씽씽 달릴 땐 신났는데 … 여자들만의 말 못할 고통

중앙일보 2011.09.26 05:59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직장인 이효재(34·여·서울 강남구 삼성동)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평소 사이클링을 즐기는 남편을 따라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페이스에 맞춰 장시간 자전거를 탄 다음 날이면 안장과 닿는 외음부가 부어 올랐다. 일시적인 증상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최근에는 질염까지 생겼다. 원인은 이씨의 잘못된 라이딩 자세와 자전거 안장의 위치였다. 강서솔병원 나영무 원장은 “자전거는 건강 효과가 높아 여성에게 권할 만큼 좋은 유산소운동이지만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무리하게 타면 여성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바르게 알아야 부작용 없이 원하는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법. 여성질환을 예방하는 ‘올바른 자전거 타기’를 알아본다.


자전거 즐기는 여성, 이런 질환 알아둬야

골반에 맞지 않으면 외음부 통증









자전거를 탈 때 여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기능성 의류와 장비 등을 갖춘다. [모델=이효영, 촬영 협조=르벨로, 알렉스몰튼(자전거), 브룩스(가방)]





여성 라이더들 중 외음부 자극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골반에 맞지 않는 자전거 안장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골반 너비가 평균 1㎝ 정도 넓다. 생식기도 세균에 감염되기 쉬운 구조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앞쪽 삼각형 모양을 이루는 치골 근처 회음부를 마찰하면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자전거는 남성의 신체에 맞춰 제작돼 톱튜브의 길이가 여성에게 다소 긴 편이다. 나영무 원장은 “톱튜브가 길어 핸들을 잡을 때 팔을 지나치게 길게 뻗으면 치골이 안장 앞쪽을 강하게 압박해 외음부 통증과 함께 부종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안장의 높이와 각도를 조절하면 외음부 통증과 부종을 막을 수 있다. 자전거 전문 매장 ‘르벨로’ 홍계현 점장은 “여성은 자전거의 안장 앞부분 각도를 수평보다 살짝 낮게 조절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체중을 약간 뒤로 실으면 치골에 쏠리는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자전거를 고를 때는 직접 안장에 앉아 보고 골반이 편한 안장을 택한다. 여성용 자전거나 지오메트리형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전립선을 보호하기 위해 안장 가운데 부분이 깊게 파인 남성용 자전거와 달리 여성용은 안장이 더 넓다. 푹신한 재질의 안장도 있다.



청바지 입고 탈 때는 질 감염 주의해야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장기간 라이딩 하면 캔디다성 질염이 생기기도 한다. 캔디다성 질염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질염으로 약 75%의 여성이 평생 한 번 이상 질과 외음부의 캔디다증을 겪는다. 재발률도 높다. 이 중 절반은 1년에 2회 이상 다시 질염이 생긴다. 심성신 교수는“치즈나 두부 으깬 것 같은 흰색의 냉과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질염은 곰팡이의 일종인 캔디다 때문에 생긴다. 당뇨병이 있거나 임신 중, 폐경 후 여성,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엔 더 자주 발생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곰팡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균의 증식이 더 쉽다.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탈 때는 통풍이 잘되는 자전거용 기능성 하의를 입는 것을 권한다. 러스크재활병원 박선구 이사장은 “골반과 치골 등 엉덩이에 오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패딩(padding: 쿠션) 처리가 된 기능성 하의가 좋다”고 설명했다. 청바지나 면바지는 되도록 피한다. 청바지는 엉덩이 부분에 시접이 겹쳐 있어 안장이 쏠리면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질염이 계속되면 자전거를 타지 말고, 병원을 찾아 곰팡이균을 없애는 항진균 연고를 바르거나 약을 먹는다. 라이딩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한다.



 라이딩 중 땀으로 옷이 젖으면 유두가 자극을 받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땀을 잘 흡수하고 배출이 안 되는 면 소재의 옷을 입으면 심해진다. 스포츠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유두에 바셀린 등 윤활제를 바르는 것을 권한다.



물 많이 마시면 방광염 예방 효과









골반에 맞지 않는 자전거 안장은 여성 라 이더들에게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민감한 여성이라면 안장에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대장균에 의한 방광염이 생길 수 있다. 대장균은 항문 주위에 특히 많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는 “여성은 요도의 길이가 4㎝ 정도로 남성에 비해 짧은 데다 항문과 요도가 가까워 세균에 노출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방광염에 걸리면 소변이 자주 마렵다. 소변을 볼 때 쓰리고 아프면서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방광염에 걸리면 대장균이 방광 벽에 들러붙어 증식하면서 염증이 생긴다. 항생제로 쉽게 치료되지만 치료를 지연하면 대장균이 방광에서 요관을 타고 콩팥까지 올라가 급성 신우신염을 일으킨다. 임신 중에는 대장균이 더 쉽게 콩팥까지 올라가 급성 신우신염의 원인이 된다. 39도 안팎의 고열이 나고, 오한·전신 근육통, 옆구리가 쑤신다. 양재혁 교수는 “재발을 반복하면 콩팥이 쪼그라져 만성신부전증으로 진행하거나 패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방광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라이딩 중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좋다. 소변을 자주 보면 박테리아를 외부로 배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1~2시간 내에 방광을 비워주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나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방광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글·사진=장치선 기자



◆지오메트리=기하학, 형태라는 뜻으로 자전거에서는 신체에 맞는 안장의 모양이 엉덩이, 특히 자전거에 앉았을 때의 모양에 잘 맞게 디자인돼 나온 제품. 체중이 엉덩이 전체에 고르게 분산돼 있다.



◆치골=골반의 앞부분을 연결하는 삼각형 모양을 이루는 뼈.



◆톱튜브(Top tube)=자전거 프레임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튜브.





자전거 탈 때 여성질환을 예방하려면



01 골반 너비에 맞는 안장을 선택한다. 여성용 프레임 자전거나 지오메트리형 자전거를 탄다.



02 톱튜브의 길이는 치골이 안장의 앞쪽에 닿아 자극이 심해지지 않도록 한다.



03 엉덩이에 오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패딩 처리가 되어 있는 기능성 하의를 입는다. 면 소재나 청바지는 피한다.



04 라이딩이 끝나면 반드시 샤워를 한다.



05 안장 앞쪽이 들려 있다면 수평보다 약간 낮춘다.



06 주행 중 물을 자주 마시고, 1~2시간 단위로 소변을 본다.



07 평소 비타민 C 등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08 장시간 라이딩을 할 때는 스포츠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언더셔츠를 입는다.



09 혈액순환을 위해 주행 중 수초간 선채로 라이딩을 한다.



10 몸에 바셀린이나 보디글라이드 등을 바르고 패드에는 바셀린이나 패드크림을 바른다.





여성 라이더, 올바른 자세 vs 나쁜 자세





















-상체에 힘을 뺀 상태에서 앞쪽으로 구부리고 핸들에 팔을 부드럽게 올려주듯 팔 부분에 많은 힘을 쏟지 않는다



-상반신과 팔의 각도는 45도, 겨드랑이는 90도가 된다



-안장의 위치는 발뒤꿈치를 페달 축 위에 올리고 무릎을 완전히 펼 수 있을 정도



-안장의 각도는 수평을 유지하되 앞 부분이 너무 올려지지 않도록 살짝 아랫부분으로 위치시킨다





-허리를 무리하게 곧게 펴면 통증, 자극 생긴다



-팔을 지나치게 길게 뻗으면 치골이 안장 앞쪽을 압박해 외음부 통증이 생긴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