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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차르’ 푸틴 귀환 … 2012년 동북아 권력 대이동

중앙일보 2011.09.26 01:35 종합 2면 지면보기



푸틴 내년 대선 출마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루즈니키경기장에서 열린 집권 통합 러시아당 전당대회에 앞서 나란히 시계를 맞추고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21세기의 차르(옛 러시아 절대군주·Czar)’가 돌아온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59) 러시아 총리가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선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푸틴과 경쟁할 것으로 예측됐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46) 현 대통령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백기 투항’을 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2000∼2008년 대통령을 지냈다. 헌법의 3선 연임 금지 규정에 묶여 측근인 메드베데프에게 4년간 권좌를 내줬다가 다시 되찾는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2008년 헌법을 고쳐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푸틴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하면 2024년까지 12년 동안의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실세 총리 재임기간까지 포함하면 24년간 권력을 휘두르는 셈이다. 옛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18년, 이오시프 스탈린은 30년 동안 권좌에 앉았다.



푸틴은 24일 모스크바 시내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집권당 ‘통합러시아’의 전당대회에서 메드베데프의 추대를 수락하는 형식으로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푸틴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미 수년 전에 장차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며 밀약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메드베데프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베데프도 차기 총리직을 수락했다. 공공연한 ‘역할 맞교대’다. 푸틴은 지지율 80%를 넘나들던 대통령 재임 때보다는 인기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6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는 앞으로 5년 내에 세계 5대 경제대국에 포함돼야 하며 러시아군도 5~10년 안에 신형 무기를 갖춰 이전의 위력을 완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푸틴은 과거 대통령 집권기간 중 “미국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단극(單極) 체제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도 적극 저지했다. 극동 지역에서의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도 강력 대응했다. 독립을 시도하던 체첸 자치공화국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국내에서도 강력한 힘의 정치를 펼쳤다. 당시 러시아 안팎에서는 “옛 소련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 결과 ‘뉴 차르’ ‘21세기의 차르’ 등의 별명이 생겨났다.



내년에는 3월 러시아 대선과 함께 동북아 주요 국가들의 권력 이동이 예상된다. 1월에는 대만 총통 선거가 있다. 10월에는 중국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후임자가 결정된다.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등극이 예상된다.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그 다음 달에는 한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 북한에서도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아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권력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 일정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위상 회복’을 강조해온 푸틴이 새 정치 지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푸틴이 재집권을 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됐던 메드베데프 시절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기생충”이라는 푸틴의 발언을 상기하며 “경제 위기로 미국의 위상이 추락한 것을 기회로 삼아 다시 미국과 동등한 위치로의 부상을 꿈꿀 것”을 우려했다.



 반면 뉴욕 타임스는 “푸틴이 다시 전면에 나서더라도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현재의 러시아 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는 경제와 군사적으로 더욱 밀착해 미국에 맞설 가능성이 있다. 푸틴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경제협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외신들은 국내 유권자들에게 경제 발전을 최대의 이슈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자원 수출과 교역의 주요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푸틴은



■ 출생 : 195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동자 가정

■ 학력·경력 : 레닌그라드대 법학과 졸업, KGB 요원, FSB 국장, 대통령

■ 취미 : 유도·사냥·낚시 등

■ 가족 : 부인 류드밀라, 딸 마리나와 예카테리나

■ 키 : 16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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